경북 영덕 앞바다에서 2025년 7월, 참다랑어가 감당하기 어려운 속도로 올라왔다. 어획량이 단기간에 허용 한도를 초과하자 일부는 팔지도 못하고 폐기됐다. 해양수산부는 사태 수습을 위해 경북 등 주요 어획 지역에 총 280톤의 한도를 긴급 추가 배정했다. 참다랑어는 원래 제주 남쪽 먼바다에서나 잡히던 어종이다. 그것이 동해 중부 연안까지 올라왔다는 사실 자체가, 지금 한반도 바다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압축해 보여준다.
수온 상승, 그리고 어종 지도의 역전
국립수산과학원 자료에 따르면 한국 근해 표층 수온은 지난 50년간 약 1.4~1.8도 상승했다. 전 세계 평균 해수면 온도 상승폭의 2배에 가까운 수치다. 동해는 그 변화가 특히 가파르다. 찬물을 좋아하는 냉수성 어종인 명태는 1980년대까지만 해도 강원도 고성·거진 일대에서 연간 수만 톤씩 잡혔다. 지금은 국내산 명태를 식탁에서 보기 어렵다. 국내 소비 명태의 90% 이상을 러시아산 수입에 의존한다. 어종 하나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하나의 어업 생태계가 붕괴한 것이다.
명태가 빠져나간 자리에는 낯선 어종들이 채워지고 있다. 참다랑어뿐 아니라 방어, 부시리, 삼치의 어획량이 동해와 남해 전역에서 늘었다. 과거엔 제주도 이남에서나 출현하던 열대·아열대성 어종인 흑새치, 돛새치, 노랑가오리가 서해 중부까지 북상하는 사례도 보고된다. 국립수산과학원은 한반도 주변 해역에서 아열대성 어종의 출현 빈도가 2000년대 초 대비 뚜렷이 증가했다고 밝히고 있다.
어업 현장의 충격: 준비 없이 맞은 전환
문제는 어종이 바뀌는 속도를 산업 구조가 따라가지 못한다는 데 있다. 영덕 참다랑어 폐기 사태는 그 단면을 보여준다. 어획 할당 체계, 냉동·유통 인프라, 소비 시장 모두 기존 어종 중심으로 짜여 있다. 갑자기 늘어난 참다랑어를 소화할 콜드체인이 현장에 없었고, 유통 경로가 없으니 가격이 폭락했으며, 결국 어민이 손해를 떠안았다.
냉수성 어종을 오랫동안 잡아온 어민들은 이중 압박을 받는다. 명태·대구·도루묵처럼 익숙한 어종은 줄고, 참다랑어나 방어처럼 새로 들어온 어종은 잡아도 제값을 받기 어렵다. 어선 장비, 어구 규격, 어법(漁法)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동해안 연근해 어업 종사자 수는 지난 20년간 꾸준히 감소해왔는데, 기후 변화는 그 감소에 구조적 가속을 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응의 방향: 예측과 제도, 동시에
전문가들은 두 가지 축의 대응을 주문한다. 하나는 어종 변화에 대한 실시간 모니터링과 예측 체계다. 어느 어종이 어느 해역으로 얼마나 이동하는지를 파악하지 못하면, 어획 할당도 유통 준비도 불가능하다. 현재 국립수산과학원이 수행하는 어업 자원 조사의 주기와 해상도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업계와 연구자 모두에게서 나온다.
다른 하나는 제도의 유연성이다. 이번 영덕 사태처럼 예상치 못한 어종이 대규모로 출현했을 때 할당량 조정, 긴급 유통 지원, 냉동 보관 연계가 신속하게 작동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처럼 사태가 터진 뒤 긴급 배정으로 수습하는 방식은 반응이 느리다. 기후 변화는 예외적 사건이 아니라 반복되는 조건이 됐다. 어업 행정도 그에 맞게 설계돼야 한다.
수산업의 지형이 바뀌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부정할 수 없다. 남은 질문은 하나다. 그 변화를 뒤쫓을 것인가, 앞서 설계할 것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