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오후,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 입구에는 작은 문패가 붙어 있다. '36개월 미만 영아는 입장이 어렵습니다.' 유모차를 끌던 30대 부부가 멈칫하다 발길을 돌린다. 불과 두 블록 떨어진 곳엔 '노배드패런츠존(No Bad Parents Zone)'을 내건 브런치 식당이 있다. 아이는 환영하되,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을 방관하는 보호자는 사절한다는 뜻이다. 같은 골목, 두 개의 선택지. 그 사이 어딘가에 이 사회가 찾아야 할 답이 있다.

왜 업주는 문을 닫았나 — 배상책임이라는 현실

노키즈존이 단순한 '아이 혐오'에서 비롯됐다고 보면 문제의 절반만 보는 셈이다. 보건복지부가 2023년 12월 발표한 실태조사는 숫자로 그 이면을 드러낸다. 노키즈존을 운영하는 업주들이 가장 많이 꼽은 이유는 '안전사고 발생 시 과도한 배상책임 부담'으로, 응답자의 68.0%가 선택했다. '아동의 소란행위로 인한 타 손님과의 마찰'은 35% 수준이었다. 즉, 업주 셋 중 둘은 아이가 싫어서가 아니라 법적 위험이 두려워서 문을 닫은 것이다.

실제로 뜨거운 음료를 엎지른 아이의 부모가 업소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례는 적지 않다. 법원이 업주의 '안전 배려 의무'를 인정하는 판결을 내리면서, 소규모 자영업자에게 아이 손님은 리스크 계산이 앞서는 존재가 됐다. 배상책임보험 가입이 여전히 선택 사항인 구조 속에서, 노키즈존은 어쩌면 가장 현실적인 자구책이었는지도 모른다.

'노배드패런츠존' — 아이가 아닌 행동에 선을 긋다

이런 맥락에서 등장한 대안이 '노배드패런츠존'이다. 아이의 존재 자체를 거부하는 대신, 공공장소에서의 예절 기준을 명시하고 이를 지키지 않는 경우 퇴장을 요청하는 방식이다. 일부 식당과 카페는 입구에 '아이가 소란을 일으킬 경우 자리 이동을 부탁드릴 수 있다'는 안내문을 붙이고, 직원 교육을 통해 상황 개입 방식을 표준화했다. 아이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 아니라 보호자의 책임을 환기시킨다는 점에서, 차별 논란을 피하면서도 타 손님의 불편을 줄이는 시도다.

해외에서는 이미 유사한 실험들이 진행됐다. 일본 일부 레스토랑은 '정숙 요청 구역'과 '가족 구역'을 물리적으로 분리하는 방식을 택했다. 영국에서는 특정 시간대에만 아이 동반을 허용하는 '타임존' 운영이 자리를 잡았다. 차별금지법의 적용 범위와 문화적 맥락이 나라마다 다르지만, 공통된 방향은 하나다. '누구를 배제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행동 기준을 세울 것인가'로 질문을 바꾸는 것.

제도와 문화, 두 갈래의 숙제

국가인권위원회는 노키즈존이 아동을 잠재적 위험 요소로 간주해 일률적으로 배제한다는 점에서 차별적 성격이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반면 헌법상 영업의 자유를 근거로 업주의 자율적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는 논리도 법조계 일각에서 꾸준히 제기된다. 이 두 가지 논리는 현재 법률적 결론 없이 팽팽히 맞서 있다.

제도만으로 풀리지 않는 부분은 문화가 메워야 한다. '노배드패런츠존' 개념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보호자가 공공장소에서 자녀를 지도할 역량과 의지를 갖춰야 한다는 전제가 따라붙는다. 동시에 아이의 돌발 행동을 어느 정도까지 사회가 함께 감내할 것인지에 대한 공통 감각도 필요하다. 저출생 시대에 아이를 데리고 외출하는 것 자체가 점점 어려워진다면, 그 비용은 결국 사회 전체가 치르게 된다.

유모차를 돌린 그 부부가 두 블록을 더 걸어 브런치 식당 문을 열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그 선택지가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이 논쟁이 배제냐 허용이냐의 이분법을 벗어나기 시작했다는 신호이기는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