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통이 시작된 것은 새벽 두 시였다. 강원도 한 군 지역에 사는 30대 임산부 A씨는 남편의 차에 올라타 1시간 넘게 달려 인근 시내 병원 응급실 앞에서야 숨을 고를 수 있었다. 가장 가까운 분만 가능 병원까지의 거리가 편도 70킬로미터. 양수가 터진 채 고속도로를 달리는 동안, 뒷좌석의 A씨는 그저 이 아이가 병원에 도착하기 전에 나오지 않기를 빌었다고 했다.

이런 일이 특정 지역만의 불운이 아니다. 2025년 6월 기준, 전국 250개 시·군·구 가운데 30.8%에 해당하는 77곳에는 분만실을 갖춘 의료기관이 단 한 곳도 없다. 국회 의원실이 집계한 이 수치는 숫자 그 이상을 말한다. 셋 중 하나꼴의 기초지방자치단체에서, 아이를 낳는 행위 자체가 이미 '원정'을 전제로 한다는 뜻이다.

산부인과가 사라지는 속도, 인구가 줄어드는 속도보다 빠르다

지방 산부인과의 폐업은 저출생과 맞물린 악순환 구조 속에 놓여 있다. 출생아 수가 줄면 분만 수익이 줄고, 수익이 줄면 의사가 떠나고, 의사가 떠나면 남은 임산부마저 대도시로 이탈한다. 병원은 결국 문을 닫는다. 이 고리를 끊을 수 있는 외부 개입이 없다면, 분만 가능 지역은 앞으로도 계속 줄어들 수밖에 없다.

문제는 속도다. 인구 감소가 수십 년에 걸쳐 진행되는 반면, 필수의료 인프라는 훨씬 빠르게 붕괴한다. 산부인과 전문의 한 명이 지역을 떠나면 그 공백을 메울 대체 인력이 오지 않는다. 고위험 분만, 야간 당직, 의료 소송 리스크까지 감수해야 하는 지역 산부인과는 젊은 의사들에게 기피 직종 중의 기피 직종이 됐다. 수도권 대형병원의 산부인과 전공의 경쟁률과 지방 중소병원의 현실 사이 간극은 해마다 벌어지고 있다.

'원정 출산'은 불편이 아니라 위험이다

분만 중 발생하는 응급 상황은 '분 단위'로 산모와 신생아의 생사를 가른다. 태반 조기 박리, 탯줄 탈출, 신생아 가사(假死)—이런 상황에서 가장 가까운 분만실까지 차로 한 시간 이상 걸린다면, 이는 의료 접근성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권의 문제다. 임신 중 정기 검진을 위해 왕복 세 시간을 오가야 하는 임산부에게 '산전 관리를 충실히 받으라'는 권고는 공허하게 들릴 수밖에 없다.

지방 소멸의 논의는 흔히 경제나 인구 통계의 언어로 이뤄진다. 그러나 분만실이 없는 군 지역에 사는 임산부의 이야기는 그것이 얼마나 몸에 직접적인 문제인지를 일깨운다. 아이를 낳기 위해 살던 곳을 몇 달 전부터 떠나 친정이나 도시의 단기 임대를 구하는 '이주 출산'도 낯선 풍경이 아니다. 지역에 남기로 한 이들은 단지 용감한 게 아니라, 다른 선택지가 없는 경우도 많다.

공공의료 확충, 말은 많고 속도는 느리다

정부는 공공산후조리원 확대, 분만 취약지 지원 사업, 지역 의료기관 인센티브 등 다양한 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현장의 반응은 냉담하다. 지원금이 늘어도 지역에 남아줄 전문 인력이 없다는 게 반복되는 문제의 핵심이다. 공공병원을 짓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이, 기존 민간 산부인과가 폐업하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도 꾸준히 나온다.

일부 지자체는 분만 병원 이용 임산부에게 교통비·숙박비를 지원하거나 원정 출산 비용을 보조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 방식이 임산부의 부담을 일부 줄여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근본적으로는 '분만실 없는 현실'을 인정하고 그 위에 임시방편을 얹는 구조다. 지원의 방향이 '이동 비용 보전'에 머무는 한, 지역 내 의료 인프라 복원과는 거리가 있다.

아이를 낳으러 고속도로를 달리는 임산부가 있는 나라에서, 출생률을 높이자는 캠페인이 울리고 있다. 분만실 하나가 한 지역의 미래를 붙드는 버팀목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정책이 실감하는 날이 얼마나 빨리 올지—그것이 남은 질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