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정부가 2025년 5월 에어비앤비에 내린 명령은 단호했다. 규정을 위반한 숙소 6만 5천 곳을 플랫폼에서 즉시 삭제하라. 주거권 보호가 이유였다. 관광 대국이 스스로 관광 인프라를 걷어낸 것이다. 이 장면 하나가 오버투어리즘 논쟁의 본질을 압축한다.

관광은 오랫동안 '성장의 동의어'로 쓰였다. 방문객이 많을수록 경제가 산다는 공식은 도시 행정의 기본값이었다. 그러나 그 공식이 균열을 일으킨 지 꽤 됐다. 바르셀로나, 베네치아, 교토 같은 도시들이 먼저 경보를 울렸고, 제주와 북촌 같은 국내 명소들도 주민들의 불만이 누적되고 있다. 골목에 캐리어 소리가 끊이지 않고, 집값과 월세는 단기임대 수요에 밀려 치솟는다. 살던 사람이 떠나야 관광지가 유지되는 역설이 벌어진다.

스페인의 조치는 그래서 단순한 단속이 아니다. 플랫폼 경제가 주거 시장을 잠식하는 구조에 국가가 개입한 선례다. 공유숙박은 빈 방을 나누는 아이디어에서 시작했지만, 실제로는 주택을 통째로 관광 수익원으로 전환하는 투자 수단이 됐다. 규제 없이 방치된 결과, 원주민이 살 집이 사라지고 동네의 결은 완전히 바뀐다. 커뮤니티가 소멸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생각보다 짧다.

문제는 관광 자체가 아니다. '얼마나'가 아니라 '누구를 위해'라는 질문이 빠진 채 운영되는 구조다. 지자체는 방문객 수와 관광 수입을 실적으로 삼아 경쟁하지만, 그 혜택이 지역 주민에게 고르게 돌아가는지는 좀처럼 따지지 않는다. 상권이 프랜차이즈와 기념품 가게로 채워지고, 오래된 가게들이 밀려나고, 임대료를 감당 못 한 원주민이 외곽으로 이동하는 젠트리피케이션은 관광지 버전의 동일한 문제다.

지속 가능한 상생 관광이라는 말은 이제 진부하게 들릴 만큼 자주 쓰인다. 그러나 정작 실행은 더디다. 관광객 총량 제한, 지역사회 수익 배분 모델, 단기임대 규제 등 구체적 수단들이 논의되지만,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정책으로 전환되는 데 시간이 걸린다. 스페인의 사례는 적어도 방향만큼은 분명히 보여준다. 플랫폼의 성장 논리보다 주민의 삶이 먼저라는 것.

관광객을 환영하는 도시와 원주민이 살고 싶은 도시는 다르지 않아야 한다. 그 둘이 같아야 관광도 지속된다. 주민이 떠난 관광지는 결국 껍데기만 남는다. 스페인이 6만 5천 개의 숙소를 지운 것은, 그 껍데기를 막기 위한 선택이었다. 한국의 지자체들이 이 장면을 어떻게 읽는지가 앞으로의 갈림길을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