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2월, 경기도 부천시가 '부천 판타스틱큐브'의 운영 종료를 공식 발표했다. 경기도 최초의 독립영화 전용관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출발했던 공간이었다. 같은 시기, 서울 독립영화 팬들의 거점이었던 'CGV 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도 영업 종료를 결정했다. 두 곳의 퇴장은 우연이 아니다. 구조적 압력이 한계에 도달한 결과다.

멀티플렉스가 독식하는 스크린

국내 영화 상영 시장은 사실상 3개 멀티플렉스 체인이 장악하고 있다.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의 스크린 점유율은 전체의 90%를 웃도는 것으로 업계는 추산한다. 이 구조 안에서 독립·예술영화관이 설 자리는 수익성이 아니라 보조금과 의지로 겨우 유지되는 틈새다. 멀티플렉스는 좌석 점유율과 흥행 수익을 기준으로 상영작을 편성한다. 천만 관객 영화가 스크린을 독점하는 동안, 저예산 독립작은 심야 한두 회차에 배정받거나 아예 상영 기회를 얻지 못한다.

독립영화관의 수익 구조는 태생적으로 취약하다. 좌석 수가 적고, 상영작의 흥행 규모도 제한적이다. 티켓 판매만으로는 임대료와 인건비를 충당하기 어렵다. 공공 보조금이나 지자체 위탁 운영이 사실상 생명줄인데, 재정 여건이 악화하거나 행정 우선순위가 바뀌는 순간 폐관 수순으로 이어진다. 부천 판타스틱큐브가 정확히 그 경로를 밟았다.

사라지는 것은 단순히 '상영관' 이 아니다

독립영화관은 상영 기능만 하는 공간이 아니다. GV(감독과의 대화), 시네클럽, 영화제 연계 프로그램 등을 통해 관객과 창작자가 직접 만나는 장을 만든다. 이 접점이 사라지면 독립영화는 제작은 되지만 유통되지 못하는 콘텐츠로 고립된다. OTT 플랫폼이 대안으로 거론되지만, 극장 개봉 이력 없는 독립작이 주요 플랫폼에 편성되기는 더 어렵다. 극장 상영이 없으면 OTT 접근도 막히는 이중 차단 구조다.

창작 생태계의 손상은 숫자로 포착되기 어렵지만 방향은 분명하다. 독립영화 제작자는 자신의 작품이 관객과 만날 물리적 공간이 줄어드는 환경에서 투자와 제작을 결정해야 한다. 상영 기회가 줄면 제작 의욕도 꺾이고, 결국 다양성 있는 영화 문화 자체가 수축한다. 상업영화와 독립영화의 공존이 건강한 영화 산업의 전제라는 점에서, 독립영화관의 소멸은 산업 전반의 토양을 얇게 만드는 일이다.

해외 사례와 제도적 선택지

프랑스는 '예술 실험 영화관(Art et Essai)' 인증 제도를 통해 독립·예술영화 전문관에 국가 보조금을 지원하고, 상업영화 배급사에게 독립영화 배급 기여금을 부과해 재원을 마련한다. 영국 역시 영국영화협회(BFI)가 예술영화 상영 네트워크를 직접 운영하며 지역 거점 극장을 지원한다. 두 나라 모두 문화 다양성을 시장 자율에 맡기지 않는다는 원칙을 제도로 구현했다.

한국에도 영화발전기금을 활용한 예술영화관 지원 제도가 존재하지만, 재원 규모와 지속성 면에서 한계가 크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지원 구조가 개별 관의 생존을 돕는 수준에 머물고, 상영 생태계 전체를 설계하는 수준으로는 나아가지 못했다는 점이다. 멀티플렉스의 스크린 독점에 대한 구조적 개입, 즉 다양성 영화 상영 의무 비율 도입이나 예술영화관 전용 세제 혜택 같은 방안이 업계 일각에서 거론되지만 정책화되지 못하고 있다.

부천과 명동에서 불이 꺼진 두 개의 스크린은 숫자로는 작다. 하지만 이 퇴장이 예외적 사건이 아니라 추세의 일부라면, 다음 질문은 간단하다. 시장이 외면하는 영화를 누가, 어떤 방식으로 관객에게 데려다 놓을 것인가. 그 답을 제도가 내놓지 않으면, 시장이 이미 내놓은 답이 현실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