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한 명에게 돌아가는 상속 공제액이 5,000만 원에서 5억 원으로 뛴다. 열 배다. 2024년 7월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세법개정안은 최고세율도 50%에서 40%로 낮췄다. 수십 년간 사실상 고정돼 있던 상속세 체계가 한꺼번에 흔들린 것이다. 개편의 방향 자체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방향이 맞다고 해서 속도와 폭까지 옳은 것은 아니다. 본지는 이번 개편이 기업 경쟁력 회복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부의 양극화를 심화시키지 않도록 정교한 안전장치가 함께 설계돼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힌다.
첫째, 과중한 상속세 부담이 기업 승계의 걸림돌이 돼온 것은 사실이다. 국내 최고세율 50%에 최대주주 할증까지 더하면 실질 세율은 60%를 웃돌았다. 경쟁국과 비교하면 격차는 두드러진다. 독일은 가업상속 공제를 통해 계속 고용을 조건으로 세 부담을 대폭 낮추고, 스웨덴은 상속세 자체를 폐지했다. 과도한 세 부담이 기업 오너로 하여금 국내 자산을 해외로 분산하거나 기업 구조를 편법으로 쪼개는 유인을 만들어왔다는 지적은 조세 전문가들 사이에서 오래전부터 제기됐다. 이 구조를 손보지 않고선 기업 경쟁력을 논하기 어렵다.
둘째, 그러나 이번 개편안이 그 혜택을 어디에 집중시키느냐는 별개의 질문이다. 자녀공제 5억 원 확대는 중산층 이상 모두에게 적용되지만, 실질적으로 가장 큰 절세 효과를 누리는 쪽은 수십억, 수백억 원대 자산을 보유한 계층이다. 세율 인하 역시 마찬가지다. 자산 규모가 클수록 절감액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는 구조다.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상위 10% 가구의 순자산은 하위 50% 전체를 합친 것보다 많다. 이 비대칭 구조 위에서 상속세를 단순히 완화하면, 자산 격차는 세대를 거칠수록 확대될 수밖에 없다.
셋째, 세율 인하로 줄어드는 세수를 어떻게 메울 것인지에 대한 설계가 빠져 있다. 상속세는 단순한 세목이 아니다. 불로소득에 과세해 재분배 기능을 수행하는 구조적 장치다. 이를 약화시킬 경우, 그 공백을 채울 대안 없이는 복지 재원이 흔들린다. 독일식 모델처럼 고용 유지·투자 의무 등 사회적 조건을 승계 혜택에 연동시키는 방식, 혹은 자본이득세 도입을 통한 과세 공백 보완 등이 병행돼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상속세 개편은 피할 수 없는 과제다. 물가와 자산 가격이 급등한 지금, 수십 년 전 기준으로 설계된 세제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도 공정하지 않다. 그러나 개편의 수혜가 소수 고자산 계층에 집중되고, 재분배 기능이 소멸하며, 세수 공백이 중산층 증세로 귀결된다면 개편은 사회적 정당성을 잃는다. 기업에 숨통을 틔우되 사회의 균형추를 무너뜨리지 않는 것, 그것이 이 개편안이 반드시 통과해야 할 기준선이다. 지금 국회의 심의 테이블 위에 올라야 할 것은 세율 숫자가 아니라, 그 숫자가 만들어낼 내일의 사회 구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