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착공해 2011년 완공된 4대강 사업. 22조 원이 투입됐다. 그로부터 10여 년 후, 보(洑) 수문은 열렸고 일부 구간은 철거 수순을 밟았다. 녹조 논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같은 시기 추진된 행정중심복합도시 세종시는 수도권 집중 완화라는 목표를 내걸었지만, 서울과 세종을 오가는 공무원들의 셔틀버스는 지금도 매일 아침 만석이다. 이 두 사례가 한국 메가프로젝트의 민낯을 압축한다. 거대한 예산, 거창한 명분, 그리고 엇갈린 결과.

반복되는 실패의 구조 — 왜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는가

국책 대형사업이 삐걱거리는 이유는 대개 세 가지로 압축된다. 수요 과다 추정, 정치적 개입, 그리고 사후 평가의 부재다. 새만금 개발사업은 1991년 시작해 30년 넘게 진행 중이다. 당초 농업용지 조성이 목적이었지만 방향은 수차례 바뀌었고, 지금은 재생에너지와 국제관광 거점이라는 또 다른 청사진을 달고 있다. 투입된 국비만 수십조 원에 이르지만 실제 입주기업 수와 고용 효과는 목표치를 크게 밑돈다는 분석이 잇따른다.

예비타당성조사(예타) 제도가 1999년 도입된 것도 이런 실패의 반복을 막기 위해서였다. 총사업비 500억 원 이상, 국비 300억 원 이상 사업에 의무적으로 적용하는 경제성·정책성 검토다. 그러나 예타 자체가 정치적 압력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역대 정부마다 선거를 앞두고 예타 면제 카드를 꺼내 들었다. 2019년 한 해에만 예타 면제를 받은 사업의 총규모가 24조 원을 넘었다는 집계가 있다. 제도가 있어도 작동하지 않으면 없는 것과 같다.

2026년 예타 개편 — 제도 보완인가, 또 다른 허점인가

2026년 6월, 정부가 예타 개편안을 발표했다. 핵심은 비수도권 인구감소지역 사업의 경제성 평가 비중을 낮추고 지역균형발전 지표를 강화하는 방향이다. 그동안 수도권 대비 인구·교통량이 적은 지방 사업은 비용편익비율(B/C)에서 구조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었고, 이 때문에 지방 인프라 투자가 억제된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개편 방향 자체는 타당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경제성 비중을 낮춘다는 것은 동시에 사업 타당성 판단의 객관적 기준이 약해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지역균형이라는 가치가 경제성이라는 잣대를 대체하면, 그 빈자리를 채우는 것은 결국 정치적 판단이 될 공산이 크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경제성 평가 비중 조정과 함께 사업 사후 성과평가를 의무화하고 그 결과를 다음 예타에 반드시 반영하는 피드백 루프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개편의 완성도는 결국 사후 책임 구조를 얼마나 촘촘히 설계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지적이다.

성공 조건 — 계획보다 집행, 명분보다 측정

해외 사례는 시사점을 던진다. 영국은 대형 공공사업에 '게이트웨이 리뷰(Gateway Review)' 방식을 도입해 사업 단계별로 독립 외부 전문가가 진행 여부를 재심사한다. 덴마크는 대형 인프라 프로젝트에 낙관적 편향(optimism bias)을 교정하는 상향 조정 계수를 원가 추정에 의무 적용한다. 두 나라 모두 '계획의 완성도'보다 '집행 중 검증'에 무게를 뒀다.

한국의 국책사업 실패는 대부분 착공 전이 아니라 착공 후에 터진다. 수요 예측이 빗나가고, 설계가 바뀌고, 예산이 불어나는 과정이 정치 일정과 맞물리면서 중단도 수정도 어려워진다. 한번 삽을 뜨면 매몰비용의 논리가 작동한다. 「이미 1조를 썼는데 멈출 수 있겠느냐」는 말이 나오는 순간, 사업은 목적이 아닌 관성으로 굴러간다.

이번 예타 개편이 진정한 제도 보완으로 자리 잡으려면 평가 기준의 조정만으로는 부족하다. 독립적인 사후 성과 감사, 실패한 사업에 대한 원인 분석 공개, 그리고 그 결과가 다음 사업 설계에 실질적으로 반영되는 제도화된 학습 체계가 뒤따라야 한다. 역대 정부가 남긴 교훈은 명확하다. 나쁜 사업을 시작하는 것보다 나쁜 사업을 멈추지 못하는 것이 더 큰 실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