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킥보드를 타고 지하철역까지 온 직장인이 개찰구 앞에서 발걸음을 멈춘다. 2026년 7월 1일부터다. 서울교통공사와 코레일 등 주요 철도 운영기관이 여객운송약관을 개정해 리튬배터리로 구동되는 전동킥보드, 전기자전거 등 개인형 이동장치(PM)의 반입을 전면 금지한다. 약관 한 줄이 수백만 명의 일상 동선을 다시 그린다.
이 조치의 출발점은 분명하다. 리튬배터리 화재는 실제로 위험하다. 밀폐된 지하 공간에서 열폭주가 시작되면 대피 시간은 극히 짧고, 일반 소화기로는 막기 어렵다. 2024년 인천 아파트 지하주차장 전기차 화재가 남긴 공포는 여전히 생생하다. 철도 당국이 서둘러 안전망을 치려는 심정을 이해 못 하는 건 아니다.
그러나 문제는 '일률성'이다. 이번 금지 조치는 배터리 용량, 안전인증 여부, 포장·고정 방식을 구분하지 않는다. 공항에서 항공사들이 기내 반입 배터리를 와트시(Wh) 기준으로 세분화해 허용·금지를 나누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접근이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수십 년에 걸쳐 배터리 규격별 위험도를 측정하고 기준을 정비해 왔다. 철도는 그 과정을 건너뛰고 곧장 '전면 금지'로 직행했다.
이동권 문제가 여기서 불거진다. PM은 단순한 레저 기기가 아니다. 대중교통 공백 지역을 채우는 라스트마일 수단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지하철역에서 직장이나 집까지 2~3km, 버스 노선이 닿지 않는 그 거리를 메우는 것이 전동킥보드였다. 이 연결고리가 끊기면 자가용 이용이 늘거나, 취약 계층은 아예 이동을 포기하는 쪽을 택한다. '안전'을 위한 결정이 또 다른 형태의 불평등을 낳는 구조다.
산업 측면의 타격도 작지 않다. 정부가 한쪽에서는 친환경 모빌리티 생태계 육성을 외치면서, 다른 쪽에서는 그 생태계의 핵심 인프라인 대중교통 연계를 차단하는 셈이다. 전동킥보드 공유 서비스 업체들은 이용 수요 급감을 우려하고, 전기자전거 제조·판매업계는 소비자 불안 심리가 구매 자체를 억누를까 걱정한다. 기술로 해결할 문제를 규제로 막아버리면, 산업은 혁신 대신 위축을 택한다.
대안은 있다. 배터리 안전인증 제품과 미인증 제품을 구별하고, 전용 보관함이나 분리 수납 조건을 달아 조건부 허용하는 방식이 논의될 수 있다. 일본 일부 철도 노선이 자전거 전용 칸을 운영하듯, PM 전용 공간을 별도로 설계하는 것도 중기적 해법이 된다. 물론 이 모든 것은 비용과 시간이 든다. 하지만 그 비용을 피하기 위해 시민의 이동권을 담보로 잡는 방식은, 편의주의적 행정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배터리가 무서운 건 사실이다. 그러나 무서운 것을 없애는 가장 쉬운 방법이 언제나 가장 옳은 방법은 아니다. 장벽을 세우기 전에, 그 장벽이 누구의 발목을 먼저 잡는지를 먼저 물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