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통계가 숫자로 증명한다. 온라인 명예훼손·모욕 범죄는 2014년 8,880건에서 2023년 29,258건으로 10년 사이 약 230% 뛰었다. 같은 기간 국내 인터넷 인구가 그만큼 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단순한 증가가 아니다. 사이버 공간이 폭력의 통로로 구조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신호다.
피해의 중심에 연예인이 있다. 국내 K-팝 아티스트와 배우들은 유튜브, 인스타그램, X(구 트위터) 등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세계 팬과 연결되지만, 동시에 전 세계 어디서든 날아오는 욕설과 허위 정보에 무방비로 노출된다. 신고해도 처리는 더디고, 계정은 삭제됐다가 다시 만들어진다. 피해자가 지쳐 포기할 때까지 반복된다. 플랫폼이 이를 '알고도 방치'하는 구조가 문제의 본질이다.
본지는 세 가지 이유에서 글로벌 플랫폼의 책임을 분명히 묻는다.
첫째, 플랫폼은 이미 수익 구조 안에서 악플을 활용한다. 자극적 댓글이 달린 콘텐츠일수록 체류 시간이 길고 광고 수익은 올라간다. 알고리즘은 분노와 혐오를 증폭시키도록 설계되어 있다고 복수의 해외 연구에서 지적된 바 있다. 악플을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수익화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중립적 기술 기업'이라는 방패 뒤에 숨기엔 이해충돌이 너무 명백하다.
둘째, 국내법의 손이 닿지 않는다. 국내 포털에는 정보통신망법에 따라 명예훼손 게시물 삭제 의무와 피해자의 임시조치 청구권이 부여돼 있다. 그러나 해외에 서버를 둔 글로벌 플랫폼은 이 규정을 사실상 비껴간다. 피해자가 신고를 넣어도 '커뮤니티 가이드라인 위반 아님'이라는 자동 회신 한 줄로 처리가 끝나는 일이 빈번하다. 국내 이용자가 수천만 명에 달하는 플랫폼이 국내 법질서 바깥에 있다는 것은 법 앞의 평등이라는 원칙 자체와 충돌한다.
셋째, 자율규제는 이미 실패했다. 플랫폼들은 오랫동안 '자체 가이드라인 강화'를 대안으로 내세웠다. 그 결과가 10년간 230% 증가라는 수치다. 자율규제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은 데이터로 증명됐다. 더 기다릴 근거가 없다.
유럽연합은 디지털서비스법(DSA)을 통해 대형 플랫폼에 불법 콘텐츠 신속 삭제 의무와 알고리즘 투명성 공개를 강제하기 시작했다. 위반 시 전 세계 매출의 최대 6%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한다. 우리도 이 방향을 참조해야 한다. 국내 이용자 보호를 위한 실효적 의무를 글로벌 플랫폼에 부과하고, 이행하지 않을 경우 시장 접근 자체를 제한하는 입법 논의를 더 이상 미뤄선 안 된다.
피해자가 버텨야 끝나는 싸움은 공정하지 않다. 플랫폼이 수익을 가져가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폭력의 책임을 피해자 혼자 지게 해선 안 된다. 국회와 정부가 지금 당장 움직여야 한다. 법이 도착하기 전에 또 누군가 무너질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