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부터 보험료율이 9%에서 13%로 오른다. 소득대체율도 함께 올린다. 2025년 3월 국회가 18년 만에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며 내놓은 합의의 골자다. 여야가 손을 맞잡았다는 사실 자체는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솔직히 물어야 한다. 더 내고 더 받는 이 구조가, 연금을 '내 돈이 증발하는 구멍'으로 보는 2030 세대의 불신을 실제로 거두어낼 수 있는가.
본지는 이번 개정이 필요한 첫걸음임을 인정하면서도, 지금의 모수 조정만으로는 구조적 불신을 해소하기 어렵다고 판단한다. 세 가지 이유에서다.
첫째, 재정 안정성의 문제가 숫자로 이미 드러나 있다. 현행 구조를 그대로 두면 국민연금 기금은 2050년대에 소진될 것이라는 전망이 정부 재정 계산에서 반복 등장한다. 보험료율을 올려도 저출생·고령화 속도가 기여 기반을 빠르게 허문다면, 청년 세대가 납부하는 보험료는 현재 수급자를 부양하는 세대 간 이전에 가깝다는 비판이 힘을 얻는다. '더 내면 더 받는다'는 논리가 성립하려면, 그 '받는 시점'에 기금이 실재해야 한다. 그 보장이 없다면 인상은 부담의 추가일 뿐이다.
둘째, 국가 지급 보장의 명문화가 법에 없다. 독일·스웨덴·일본은 연금 지급에 국가의 최종 책임을 법률로 못 박는다. 기금이 흔들려도 국가가 세입으로 보전한다는 약속이다. 한국 국민연금법에는 그에 상응하는 명시적 조항이 존재하지 않는다. 청년 세대가 연금을 신뢰하지 못하는 핵심은 수익률이나 보험료율 숫자가 아니라, 30년 뒤 국가가 정말 줄 것인가라는 의구심이다. 이번 개정안은 그 의구심에 정면으로 답하지 않았다.
셋째, 구조 개혁 없는 모수 조정은 위기의 시점을 미룰 뿐이다. 기초연금·직역연금·국민연금이 제각각 운영되며 재정 충당 방식도 다르다. 중복 수급과 사각지대가 동시에 존재하는 이 체계를 손대지 않은 채 국민연금 보험료만 올리면, 납부자의 부담은 늘되 체계 전반의 효율은 개선되지 않는다. 스웨덴이 1990년대 노동당·보수당 공동위원회를 구성해 명목확정기여(NDC) 방식으로 전환한 것처럼, 연금 체계를 통합적으로 재설계하는 작업이 병행되어야 한다.
국회와 정부에 분명히 요청한다. 국민연금법에 국가의 최종 지급 보장 조항을 명문화하라. 이는 재정 부담을 무한정 떠안겠다는 선언이 아니라, 제도에 대한 국가 신용을 법으로 담보하겠다는 약속이다. 아울러 다층 연금 체계의 구조적 통합을 위한 범정부 기구를 구성하고, 연금 재정 추계와 개혁 로드맵을 정기적으로 공개해 신뢰를 쌓아가야 한다.
모수를 고치는 것과 신뢰를 설계하는 것은 다른 일이다. 18년을 기다린 개혁이 또다시 10년짜리 봉합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지금 20대가 은퇴할 2060년대에도 이 제도가 살아 있으려면, 숫자보다 먼저 약속이 바뀌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