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1학년 담임교사가 오전엔 수업을 하고, 오후엔 늘봄 프로그램 행정까지 떠맡는다. 학부모 상담, 알림장, 생활지도에 더해 돌봄 운영 일지까지. 이것이 전국 수천 개 학교에서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늘봄학교는 맞벌이 가정의 '돌봄 공백'을 메우겠다는 취지로 2024년부터 전국 초등학교에 단계적으로 확대되었다. 의도는 옳다. 그러나 의도가 옳다고 해서 제도가 저절로 안착하지는 않는다.

본지는 늘봄학교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세 가지 구조적 과제를 지금 당장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힌다. 교사의 업무 부담 경감, 전문 돌봄 인력 확충, 그리고 전용 공간 확보다. 이 셋은 서로 얽혀 있다. 하나를 방치하면 나머지도 무너진다.

첫째, 교사에게 늘봄을 얹어선 안 된다. 늘봄학교 도입 초기, 교육 현장에서 가장 강하게 터져 나온 목소리는 「우리는 교사지 돌봄 행정가가 아니다」였다. 타당한 항의다. 교원단체 조사에서 교사 10명 중 7명 이상이 늘봄 관련 업무로 본연의 수업 준비 시간이 줄었다고 응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업의 질 저하는 결국 아이들에게 돌아온다. 정부는 늘봄 전담 행정인력 배치를 약속했지만, 실제 학교 현장에서는 인력이 채워지지 않은 채 교사가 공백을 메우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약속을 제도로 못 박아야 한다. 전담 코디네이터 1인 1교 배치를 법령에 명시하고, 예산을 선집행하는 것이 순서다.

둘째, 전문 인력의 질을 관리해야 한다. 늘봄 프로그램은 단순 보육이 아니다. 스포츠, 예술, 심리정서 지원까지 아우르는 교육적 돌봄이다. 그런데 현장에서는 단기 계약직 강사가 프로그램을 꾸려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처우가 낮으니 역량 있는 인력이 모이지 않고, 인력이 불안정하니 프로그램 연속성도 흔들린다. 악순환이다. 늘봄 강사에 대한 자격 기준 마련과 처우 개선 없이는 「돌봄의 질」은 공허한 구호에 그칠 수밖에 없다.

셋째, 공간 문제는 가장 물리적이고 가장 시급하다. 교육부의 2024년 현황 점검에서 전용 공간이 부족한 학교가 상당수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서관, 빈 교실, 심지어 복도 한쪽을 늘봄 공간으로 쓰는 학교도 있다. 아이들은 하루 서너 시간을 그 공간에서 보낸다. 쉬고, 놀고, 배우는 시간이 제대로 된 환경에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늘봄은 '합법적 방치'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학교 신·증축 시 늘봄 전용 공간을 의무 설계 항목으로 포함시키고, 기존 학교에 대해서는 리모델링 예산을 중앙정부가 직접 지원해야 한다.

늘봄학교는 저출생 시대에 아이를 낳고 기를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국가적 약속이기도 하다. 그 약속이 현장에서 교사의 희생과 열악한 환경으로 겨우 유지된다면, 제도의 외형은 있어도 내실은 없는 것이다. 틀을 세웠으면 이제 그 안을 채울 차례다. 인력과 공간과 예산, 이 세 가지를 지금 투입하지 않으면 늘봄학교는 안착이 아닌 표류로 끝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