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75명. 혼인 건수도 2010년대 초반 대비 3분의 1 가까이 줄었다. 정부는 이 수치를 돌려놓을 카드 중 하나로 신혼부부 전용 주택 공급을 꾸준히 꺼내왔다. 분양가 인하, 청약 우선 배정, 장기 임대 특별공급 — 대책 목록은 매년 두꺼워졌다. 그런데 혼인율 곡선은 여전히 내리막이다. 공급과 수요 사이 어딘가에서 무언가 끊겨 있다.

대책의 구조: 무엇을 얼마나 공급했나

정부가 내놓은 신혼부부 주택 지원책의 뼈대는 크게 두 갈래다. 공공 분양 물량에서 신혼부부 특별공급 비율을 높이는 방식과, 장기 공공임대 주택의 우선 배정 비율을 늘리는 방식이다. 여기에 분양가 상한제 적용 단지에서 신혼부부 몫을 별도로 떼어 시세 대비 낮은 가격에 공급하는 정책도 병행됐다.

문제는 이 공급이 실제 수요자에게 닿는 경로다. 특별공급 경쟁률은 수도권 인기 단지 기준으로 수십 대 일을 넘는 경우가 잦다. 당첨 확률이 낮으니 대기 기간이 길어지고, 결혼 시점과 입주 시점 사이에 간극이 생긴다. '결혼하면 집을 주겠다'는 메시지가 '결혼했는데도 집이 없다'는 현실로 바뀌는 구간이 바로 여기다.

수요의 현실: 청년이 원하는 집은 어디에 있나

신혼부부 특별공급의 지역별 분포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공급 물량의 상당 부분이 수도권 외곽 또는 지방 신도시에 집중돼 있다. 반면 20·30대 청년 인구는 서울과 수도권 핵심 지역에 밀집해 있다. 직장, 인프라, 생활권이 모두 수도권 중심에 쏠려 있는 구조에서 외곽의 저렴한 공급은 선택지가 되기 어렵다.

2026년 4월 열린 부동산 정책 토론회에서는 민간 주택 인허가 물량의 장기 감소 추세가 핵심 화두로 떠올랐다. 변창흠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 자리에서 공공이 채울 수 있는 물량에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공공 공급만으로 시장 전체의 수급을 조절하기엔 민간 인허가 감소의 여파가 너무 크다는 분석이다. 결국 신혼부부 전용 물량을 늘려도, 전체 시장의 공급 부족이 가격을 밀어올리면 정책 효과는 희석된다.

정책의 맹점: 주거 문제만으로는 결혼을 움직이기 어렵다

주거 지원이 혼인율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연구들은 대체로 한 가지 공통점을 보인다. 주거 불안이 결혼을 늦추는 요인 중 하나이긴 하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다. 고용 불안정, 육아 비용, 경력 단절 우려, 사회적 가치관의 변화 — 이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주거 문제를 해소한다고 해서 나머지 장벽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실제로 신혼부부 특별공급 당첨자 가운데 무자녀 부부 비율이 높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집을 얻기 위해 혼인 신고를 서두르거나, 출산 계획 없이 자격 요건만 충족하는 사례가 없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정책이 설계한 '혼인 → 주택 지원 → 출산'의 연쇄 고리가 현장에서 그대로 작동하는지 검증하기 위한 데이터는 아직 충분하지 않다.

민간 건설사의 신규 인허가가 줄고, 공공 공급은 입지와 물량 모두에서 한계를 보이며, 청년층의 결혼 기피 요인은 주거 이외로도 퍼져 있다. 신혼 주택 대책이 의미 없다는 게 아니다. 다만 이것 하나로 저출생 문제를 공략할 수 있다는 설계 자체를, 이제는 다시 들여다봐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