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개골 탈구 수술에 150만~300만 원, 치과 스케일링에 20만~60만 원. 같은 처치라도 동물병원마다 요금이 두 배 이상 벌어지는 사례는 드물지 않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가 전국 600만을 넘어선 지금, 동물 의료비 부담은 단순한 개인 소비 문제가 아니라 제도 설계의 공백 문제로 번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조사에 따르면 반려동물 양육 가구의 월평균 지출 중 의료비 비중은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중증 질환이나 수술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단 한 번의 내원으로 수백만 원이 청구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문제는 이 금액이 '적정한가'를 가늠할 기준 자체가 없다는 점이다. 사람의 의료비에는 건강보험 수가라는 공적 기준이 있지만, 동물 진료비는 수의사법상 자율 책정이 원칙이다. 시장에 가격 정보가 없으면 소비자는 비교조차 할 수 없다.
투명성 첫걸음 뗐지만, 갈 길은 멀다
정부는 이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2023년부터 동물병원의 진료비 게시 의무를 단계적으로 강화했다. 현재는 진찰비·입원비·예방접종 등 주요 진료비 20종을 병원 내부 및 홈페이지에 의무적으로 게시해야 한다. 진료 전 항목별 비용을 고지하도록 하는 사전 고지 제도도 병행 시행 중이다.
그러나 의무 게시가 '투명한 가격'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게시 항목 외 처치나 약제 비용은 여전히 병원 재량이고, 게시된 가격 자체가 병원마다 편차가 크다. 대한수의사회는 2025년 7월 1일 간담회에서 「병원마다 원가 구조와 지역 여건이 다른 만큼 일률적 수가 책정은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진료비 표준화 논의가 업계의 자율성과 충돌하는 지점이다.
전문가들은 이 간극을 메울 현실적 방안으로 '진료비 분류 체계 표준화'를 우선 과제로 꼽는다. 수가를 하나로 고정하는 대신, 진료 항목의 명칭과 내용 범위를 통일하면 소비자가 병원 간 가격을 실질적으로 비교할 수 있게 된다. 단순한 금액 고지보다 훨씬 실효성이 높은 접근이라는 평가다.
펫보험, 왜 가입률이 1%대에 머무나
진료비 부담의 또 다른 안전망으로 꼽히는 것이 반려동물 보험, 이른바 펫보험이다. 영국의 반려동물 보험 가입률이 25%를 웃돌고 스웨덴은 40%에 달하는 반면, 국내 가입률은 추정치 기준 1~2% 수준에 불과하다. 상품 수는 늘었지만 시장 자체가 크지 않다.
이유는 복합적이다. 보험료 대비 보장 범위가 좁다는 인식이 뿌리 깊다. 선천성 질환이나 고령 동물의 가입을 제한하거나, 정작 치료비가 많이 드는 만성 질환을 면책 조항으로 두는 상품이 많다. 여기에 동물등록제 정착 미흡으로 개체 식별이 어렵고, 표준화된 진료 기록 체계가 없어 보험사가 손해율 산출 자체를 꺼린다. 공급자와 수요자 모두에게 진입 장벽이 존재하는 구조다.
금융당국은 펫보험 활성화를 위해 표준화 약관 도입과 가입 연령 제한 완화를 유도하는 방향으로 논의를 진행 중이다. 농림축산식품부도 동물 진료 기록의 전산화를 추진하고 있는데, 이 데이터베이스가 구축되면 보험 심사의 근거 자료가 될 수 있다. 진료비 투명성과 펫보험 활성화가 사실상 같은 인프라를 공유한다는 뜻이다.
제도가 시장을 따라잡으려면
반려동물 의료 시장의 구조적 문제는 결국 '정보 비대칭'으로 수렴된다. 소비자는 가격을 모르고, 보험사는 데이터가 없고, 정부는 수가를 강제할 법적 근거를 갖지 못한다. 이 세 가지가 맞물려 있는 한, 진료비 게시 의무화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
시장이 빠르게 커지는 속도에 비해 제도의 속도는 느리다. 반려동물 양육 인구가 1,500만 명을 넘어섰다는 추정이 나오는 상황에서, 진료비 불투명성 문제를 '개인의 선택'으로 방치하기에는 사회적 파장이 너무 커졌다. 진료비 항목 표준화, 전산 의료 기록 구축, 보험 상품 개선이 동시에 맞물려 돌아가지 않으면 이 시장에서 가장 큰 피해자는 결국 지갑이 얇은 반려인일 수밖에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