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 생산의 최소 기준선은 가스 포화도 40~50%. 2024년 12월부터 2025년 2월까지 진행된 동해 심해 가스전 '대왕고래' 구조의 1차 탐사 시추가 내놓은 수치는 약 6%였다. 기준치의 8분의 1 수준이다. 정부가 수조 원대의 개발 가능성을 언급하며 국민적 기대를 끌어올린 지 채 1년도 되지 않아, 첫 번째 드릴이 현실을 되돌려 보냈다.
왜 포화도 수치가 결정적인가
가스전 개발에서 포화도는 단순한 참고 지표가 아니다. 저류층 암석 공극 안에 가스가 얼마나 차 있느냐를 나타내는 이 수치는, 생산정을 뚫었을 때 상업적으로 의미 있는 양의 가스가 실제로 흘러나오는지를 결정짓는 기초 변수다. 포화도가 40%를 밑돌면 가스층이 존재하더라도 생산량이 채산성 임계점에 도달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6%라는 수치는 구조 자체가 가스를 담고 있지 않다는 뜻이 아니라, 담겨 있더라도 뽑아낼 수 있는 양이 경제적 논리에 맞지 않는다는 신호에 가깝다.
심해 가스전 개발 비용은 육상이나 천해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 탐사 시추 한 공(孔)에만 수백억 원이 투입되며, 생산 단계로 넘어가면 해저 파이프라인·부유식 생산설비(FPSO)·육상 처리시설 건설까지 수조 원 단위의 자본이 필요하다. 노르웨이·호주 등 심해 가스전 개발 선진국들도 탐사 단계에서 복수의 시추 실패를 경험한 뒤 상업 생산에 이른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투입되는 비용과 시간, 그리고 결과적으로 경제성이 확인되지 않았을 때 감당해야 할 매몰비용이다.
한 번의 시추가 전부가 아니다, 그러나
정부와 탐사 주관 기관은 1차 시추 결과만으로 전체 구조의 잠재성을 단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실제로 가스전 탐사는 복수의 시추공을 통해 저류층 분포를 입체적으로 확인하는 과정을 거친다. 대왕고래 구조는 단일 시추 지점으로 전체 평가를 끝낼 수 있는 단순 구조가 아니라는 분석도 존재한다.
그러나 이 논리가 경제성 논쟁을 잠재우기는 어렵다. 추가 시추를 진행할수록 비용은 선형이 아닌 누적 방식으로 쌓인다. 이미 1차 시추에서 상업성 기준의 현저한 미달이 확인된 상황에서, 후속 탐사에 국가 재정을 추가 투입하는 결정은 그 자체로 강도 높은 경제성 검증과 공개적 논의를 요구한다. 해외 자원 개발 분야에서 한국이 과거에 겪은 대규모 손실의 교훈이 아직 사회적 기억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기대와 현실 사이, 남겨진 과제
동해 심해 탐사의 의미를 전면 부정할 근거는 없다. 국내 에너지 자립 기반 확충이라는 장기 목표는 유효하며, 탐사 기술과 데이터 축적 자체도 자산이다.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자국 해역의 잠재 자원을 지속적으로 탐색해야 한다는 원칙에도 이견이 없다.
다만 이번 1차 시추 결과는 탐사 초기부터 개발 가능성을 대규모로 공표하는 방식이 적절했는지를 되돌아보게 한다. 기대치를 먼저 높이면 그 뒤에 오는 데이터는 항상 실망으로 읽힌다. 에너지 자원 탐사는 본질적으로 불확실성이 높은 작업이다. 수치가 먼저 현장을 설명해야지, 기대가 수치를 해석해서는 안 된다.
포화도 6%의 드릴코어가 지층에서 올라온 이후, 다음 선택지는 명확하다. 추가 시추를 위한 독립적인 경제성 평가를 공개하거나, 아니면 탐사 중단 결정의 근거를 투명하게 제시하거나. 국민의 에너지와 재정이 걸린 문제인 만큼, '가능성'이라는 단어로 판단을 미루는 시간은 이미 충분히 소비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