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재벌 그룹이 인공지능(AI) 사업 확장에 발 맞춰 전용기 도입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법인 자가용 항공기는 2001년 1대에서 올해 상반기까지 누적 17대로 증가했다. 반도체·전자·자동차 등 주력 산업이 데이터센터와 피지컬 AI 분야로 사업 다각화를 선언하며 경영진의 해외 출장 빈도가 크게 늘어난 결과다.

현대자동차그룹은 가장 적극적으로 전용기를 확보하고 있는 기업이다. 피지컬 AI 전략을 시작한 2023년부터 지난달까지 모두 3대의 항공기를 도입했다. 현대차는 비즈니스 제트기 'GVI'와 헬리콥터 'S-76D'를 운용 중이며, 기아는 보잉의 최신 비즈니스 제트기 'BBJ 737-8'을 신규 등록하면서 그룹 차원에서 총 4대 항공기를 운영하게 됐다. SK그룹도 SK하이닉스가 이달 SK이노베이션과 SK텔레콤 소유 항공기 'A319' 지분을 398억원에 인수하며 전용기 활용을 고도화하고 있다.

미국 지역 매출이 전체의 69%를 차지하는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 등 미국 핵심 기술 기업과의 경영진 대면 회의 확대를 통해 글로벌 비즈니스 효율성을 높이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LG그룹 구광모 회장도 실리콘밸리와 남미 등지로 장거리 출장을 빈번히 다니며 AI 인프라 사업과 신흥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한편 대한항공은 초장거리 비즈니스 제트기 'G800'을 도입해 전용기를 5대로 늘렸으며, 삼성은 전용기를 모두 매각한 뒤 필요시 대한항공에서 임차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고급 비즈니스 제트기의 구입 가격은 1,000억~2,000억원대이며, 공항 계류료 등 연간 운영비는 항공기당 약 100억원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용기 운용에는 상당한 비용이 필요하지만, 핵심 비즈니스를 좌우할 해외 출장 증가로 도입이 확산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