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가 잔잔한 오전, 백사장에서 수백 미터 떨어진 수면 위로 드론 한 대가 낮게 날기 시작한다. 수영객들은 눈치채지 못하지만, 드론에 탑재된 카메라는 초당 수십 프레임으로 수면 아래를 훑고, AI 알고리즘은 실시간으로 물체의 윤곽·이동 패턴·크기를 분석한다. 상어 특유의 지느러미 실루엣이 감지되는 순간, 관제 센터 화면에 붉은 경보가 뜬다. 안전요원이 확인 버튼을 누르기도 전에 해변 스피커는 이미 대피 안내 방송을 내보낸다.
올 여름 강원·경북 동해 연안에서 포획된 상어가 예년을 훌쩍 넘어서는 수준으로 집계되면서, 해수욕장 안전 당국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백상아리·청상아리 등 대형 상어의 연근해 출몰 빈도가 늘자, 기존의 그물 설치나 수동 감시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그 공백을 채우는 것이 바로 AI 기반 상어 탐지 드론이다.
AI가 상어를 알아보는 방법
핵심은 컴퓨터 비전과 머신러닝의 결합이다. 드론은 고해상도 광학 카메라와 열화상 카메라를 함께 탑재해 수면 반사광에 의한 오인식을 줄인다. AI 모델은 수만 장의 상어 이미지를 학습해 돌고래·가오리·부표 등 유사 물체와 상어를 구별하는 정확도를 높인다. 호주 연구기관이 개발한 '리틀 리피(Little Ripper)' 시스템의 경우, 상어 탐지 정확도가 숙련된 인간 관찰자보다 월등히 높다는 실험 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단순히 '발견'에 그치지 않는다. 드론은 부이형 경보 장치를 투하하거나, 물속에서 상어를 퇴치하는 전자기 펄스 장치와 연계해 즉각적인 대응까지 수행한다.
탐지 후 경보까지 걸리는 시간이 관건이다. 전통 방식은 감시원이 육안으로 발견한 뒤 무전으로 알리는 구조라, 실제 위험 수영객에게 경보가 전달되기까지 수 분이 걸렸다. AI 드론 시스템은 이 과정을 1~2분 이내로 단축할 수 있다고 관련 업계는 설명한다. 상어가 시속 40㎞ 이상으로 유영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2분의 차이는 생사를 가를 수 있다.
세계는 어디까지 왔나
호주는 가장 앞선 사례를 보유한 나라다. 뉴사우스웨일스 주는 2020년대 들어 드론 감시 프로그램을 주요 해변에 정식 도입했고, 상어 퇴치용 '스마트드럼라인(Smart Drumline)'과 연계해 상어를 포획 후 먼 바다로 이송하는 방식을 병행한다. 미국 플로리다와 하와이 일부 해변도 AI 드론 시범 운용에 들어갔다. 두 지역 모두 관광 수입이 해변 안전과 직결되기 때문에, 기술 도입 비용보다 사고 한 건으로 입는 경제적·이미지 손실이 훨씬 크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국내에서는 해양경찰청과 일부 지자체가 드론을 이용한 해상 감시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다만 상어 전용 AI 탐지 솔루션의 실전 배치는 아직 초기 단계다. 동해 수온 상승으로 난류성 어종인 상어의 북상 경로가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만큼, 기술 도입의 속도를 올려야 한다는 지적이 해양 전문가들 사이에서 꾸준히 제기된다.
기술 너머의 과제
장밋빛 기대만 있는 건 아니다. 드론 운용에는 기상 제약이 따른다. 초속 10m 이상의 강풍이나 짙은 안개에서는 비행 자체가 어렵고, 파고가 높으면 수면 아래 시인성이 급격히 떨어진다. 또한 AI가 돌고래를 상어로 오인하는 오탐(false positive) 문제가 반복되면, 수영객들이 경보를 '양치기 소년' 취급해 대피를 무시하는 역효과가 생길 수 있다. 정확도와 신뢰성을 동시에 높이는 것이 기술 개발의 핵심 과제로 남아 있다.
비용 문제도 현실적이다. 고성능 AI 드론 한 대와 관제 시스템 구축에는 수억 원이 소요되며, 전담 운용 인력 훈련까지 더하면 중소 지자체가 단독으로 감당하기 어렵다. 광역 단위의 공동 운용 체계를 설계하거나 민관 협력 모델을 도입하지 않으면, 결국 재정 여건이 좋은 관광지와 그렇지 않은 해변 사이의 안전 격차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바다는 완전히 통제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니다. 그러나 탐지가 빨라질수록 대피할 시간은 늘어난다. 드론이 하늘에서 수면을 읽고, AI가 지느러미를 식별하고, 경보가 모래사장에 울려 퍼지는 그 1~2분이, 결국 안전의 마지노선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