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첨단 인공지능(AI)을 반도체나 항공기 같은 국가 전략자산으로 분류하고 사전 정부승인 체계를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달 앤트로픽 AI 모델에 대한 수출통제를 18일 만에 해제하면서 기업의 자율 출시 방식에서 정부 검증을 거친 후 출시하는 방식으로 관리 체계를 전환한 것이다.

이미 상용화된 AI 모델을 국가안보를 이유로 강제 중단시킨 뒤 안전성 검증을 거쳐 다시 허용한 이번 사례는 향후 AI 규제의 새로운 선례가 될 전망이다. 오픈AI 역시 신규 모델 GPT-5.6을 새로운 이용자에게 제공할 때 정부 승인을 거치도록 조건을 받았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상황이 바뀌거나 앤트로픽이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결정과 라이선스 요건을 재검토할 수 있다」>고 서한에서 밝혀 정부의 상시 관리 의지를 드러냈다.

다만 정부가 어느 기업을 신뢰할 만하다고 판단하는지에 대한 기준이 공개되지 않아 절차의 불투명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프런티어 시큐리티 인스티튜트의 아이작 해리스 상임이사는 <「표준화된 승인 절차가 생겼다는 의미지만 정부의 판단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무기한 봉쇄 대신 빠르게 해제로 돌아선 배경에는 캐나다 스타트업의 소송, 프랑스 대통령의 '국수주의' 비판, 중국 AI 기업의 저가 공략 등 대외적 압력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동맹국들은 미국 AI 접근 제한으로 자국 산업 경쟁력이 약화될 우려 속에 독자 기술 확보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업계는 향후 AI 모델 출시 절차가 크게 달라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사이버 공격, 생물안보, 국가안보와 관련된 고위험 기능을 갖춘 모델일수록 정부 검증이 출시의 전제 조건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다만 중국 기업들은 이러한 절차 밖에서 기술을 빠르게 따라잡고 있어 미·중 AI 경쟁에서 비대칭 구조가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