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팀 쿡 CEO가 중국 반도체 기업과의 거래 허용을 미국 정부에 로비하면서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와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쿡 CEO는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미국 감시대상 명단(블랙리스트)에 오른 창신메모리(CXMT)로부터의 칩 구매를 허용해달라는 로비 활동을 벌이고 있다. 미국 기업의 로비 자체는 합법이지만, 블랙리스트 기업과의 거래는 불법이다.

이같은 공세적 행동의 배경엔 메모리 시장의 심각한 공급 부족이 있다. 최근 3개 분기 동안 메모리 가격이 4배 이상 올랐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이 지배하는 메모리 시장에서 생산 설비의 상당 부분이 AI 데이터센터용 고대역폭메모리(HBM) 제조로 집중되면서 범용 메모리의 물량 확보가 어려워진 것이다. 팀 쿡은 실제로 '지난 수십 년간 이 정도 규모의 가격 인상은 없었다'며 불만을 표했다. 불평에 그치지 않고 메모리 빅3보다 점유율과 가격이 낮은 업체들까지 접촉하며 구애 활동을 펼치고 있다.

월가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애플의 강경한 협상 태도가 결국 삼성·SK·마이크론 등 빅3의 가격 협상력을 높일 것이란 판단에서다. 실제로 애플 주가는 2026년 들어 7월5일까지 13.5% 상승해 같은 기간 S&P500(9.3%)을 능가했다. 7월5일 기준 사상 최고가 대비 낙폭도 고작 2.8%에 불과하다.

2026년 상반기 AI 거품론으로 인한 시장 약세 속에서도 애플의 선전이 두드러진다. 소프트웨어 중심의 AI 서비스업체들은 예외 없이 주가 부진을 겪었고, 마이크로소프트는 최고점 대비 30% 가까이 하락했다. 이런 상황에서 애플과 마이크론 같은 반도체 업체들의 강세가 미국 주식시장 전체를 버티는 역할을 했다. 향후 대형주 사이에서도 투하자본이익률(ROIC) 같은 실적 지표를 중심으로 양극화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