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반도체 관련주의 급격한 하락세가 글로벌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12%대 낙폭을 기록하면서 코스피가 9.99% 급락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레버리지 ETF의 자동 리밸런싱이 변동성을 증폭시키는 악순환을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전 세계 레버리지 ETF 자산규모는 2,900억 달러(약 446조원)를 넘어섰다. 이 중 미국 시장이 2,200억 달러 이상으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아시아 시장은 450억 달러에 달했다. 레버리지 ETF는 기초자산의 움직임을 배수로 추종하도록 설계된 상품으로, 고수익을 노리는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문제는 이들 상품의 자동 거래 메커니즘에 있다. 목표 배율을 유지하기 위해 시장 상황에 따라 자동으로 기초자산을 사고파는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에, 상승장에서는 추가 매수 압력이, 하락장에서는 매도 압력이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노무라 증권은 시장이 1% 움직일 때마다 약 90억 달러의 리밸런싱 수요가 유발된다고 추산했다.

최근의 시장 충격이 얼마나 심각한지는 규모로도 드러난다. 바클레이즈의 알렉산더 올트먼은 최근 10거래일 동안 미국 레버리지 ETF의 일일 평균 리밸런싱 규모가 약 200억 달러에 달했으며, 이는 연간 평균의 약 4배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를 「주식시장 내 레버리지가 기술적 위험의 환경을 만드는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상황」이라고 표현하면서 「펀더멘털과 무관하게 레버리지 ETF가 현 시장의 가장 큰 기술적 위험 요소」라고 경고했다.

한국 시장의 상황은 더욱 우려스럽다. 노무라 증권의 찰리 맥엘리곳은 「한국이 AI 병목 거래의 진앙 중 하나로서, 레버리지 ETF를 둘러싼 구조적 역학이 변동성을 증폭시키고 있다」며 「지구 반대편의 나비가 일으킨 허리케인」에 비유했다. 실제로 지난 5월 출시된 한국 반도체주 추종 레버리지 ETF 16종의 자산규모는 출시 당시 30억 달러에서 현재 90억 달러 이상으로 급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