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 15일,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제8차 이사회에서 조용하지만 무게 있는 결정을 내렸다. 2023년부터 '비율형 샐러리캡'과 '로스터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것이었다. 적자 구조에 익숙해진 구단들, 모기업 지원에 기대온 재정 관행을 끊겠다는 선언이었다. 그로부터 수년이 지난 지금, 그 선언은 얼마나 현실이 됐는가.

왜 비율형인가 — 일률 상한의 한계를 넘어서

샐러리캡에는 크게 두 가지 방식이 있다. 모든 구단에 동일한 금액 한도를 적용하는 '절대형'과, 각 구단의 수입 규모에 따라 인건비 상한을 달리 정하는 '비율형'이다. K리그가 선택한 건 후자다. 이유는 분명하다. K리그 구단 간 수입 격차가 절대형 상한을 적용하기에 너무 크다는 현실적 판단이었다.

연맹이 제시한 비율형 샐러리캡의 골자는 구단 총수입 대비 선수단 인건비 비율을 일정 수준 이내로 묶는 것이다. 수입이 많은 구단은 더 많이 쓸 수 있되, 수입 대비 지출 비율은 통제한다. 구단이 벌어들이는 만큼만 선수에게 쓸 수 있도록 강제하는 구조다. 동시에 도입된 로스터 제도는 등록 가능한 선수 수를 제한해 인건비 총량 자체를 억제하는 보완 장치로 기능한다.

재정 자립의 실질적 효과 — 구조 변화인가, 숫자 조정인가

비율형 샐러리캡의 가장 큰 기대 효과는 구단이 '쓸 수 있는 돈의 범위'를 스스로 인식하도록 만드는 데 있다. 모기업이 적자를 메워주는 방식으로 운영해온 구단이 다수인 K리그에서, 수입 대비 인건비 비율 규제는 단순한 지출 억제를 넘어 수입 창출 동기를 강제로 심는 설계다. 입장료, 중계권료, 스폰서십 수입을 늘릴수록 선수단에 투자할 수 있는 여력도 커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구조가 바뀐다고 행동이 즉각 따라오지는 않는다. K리그 구단 대부분은 여전히 지방자치단체 또는 대기업 계열의 시민구단·기업구단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독자적인 수익 모델이 취약한 구단일수록, 샐러리캡은 재정 자립의 유인이 아니라 지출 억제의 족쇄로 작동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입을 늘리지 않은 채 인건비만 줄이면, 제도의 목적과 반대로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논리다.

실제로 K리그 일부 구단은 외국인 선수 운용 전략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샐러리캡에 대응한 것으로 분석된다. 고액 외국인 선수 대신 중저가 외국인 선수를 다수 확보하거나, 젊은 국내 선수 중심으로 로스터를 재편하는 흐름이 감지된다. 이는 단기 성적보다 장기 육성에 무게를 두는 긍정적 신호로 읽힐 수 있지만, 리그 전체의 화제성과 흥행력이 동반 하락할 경우 수입 기반 자체가 축소되는 역설로 이어질 수 있다.

리그 경쟁력 딜레마 — 절약이 성장을 가로막을 때

해외 사례는 이 딜레마를 더 선명하게 보여준다. 유럽축구연맹(UEFA)이 도입한 재정 페어플레이(FFP) 규정은 K리그 비율형 샐러리캡과 설계 원리가 유사하다. 구단이 버는 것 이상을 쓰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방식이다. UEFA FFP 시행 이후 일부 중소 클럽의 재정 건전성은 개선됐지만, 빅클럽과의 격차는 오히려 고착화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규정을 잘 지킨 구단이 경쟁에서 뒤처지는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K리그도 유사한 긴장 속에 있다. 재정 건전화와 리그 경쟁력은 서로 다른 방향을 가리킬 때가 있다.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는 프로스포츠에서 수입 증대 없는 지출 억제는 리그 전체의 파이를 키우는 대신 나누는 방식만 바꾸는 데 그칠 수 있다. 결국 비율형 샐러리캡이 진정한 재정 자립의 도구가 되려면, 제도 자체보다 구단이 자생적 수익 구조를 갖추도록 유도하는 병행 정책이 얼마나 실효성 있게 작동하느냐에 달려 있다.

K리그가 설계한 틀은 방향은 맞다. 문제는 그 틀을 채울 콘텐츠와 수익이 아직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샐러리캡은 규칙이고, 흥행은 시장이다. 규칙이 시장을 대신할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