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오후 서울 강남구의 한 유명 피부과 대기실. 히잡을 쓴 중동 여성부터 스마트폰 번역기를 켜고 연신 질문을 던지는 태국인 관광객까지, 대기석은 글로벌 대합실을 방불케 했다. 병원 곳곳에 배치된 영어, 중국어, 일본어 전담 코디네이터들은 쉴 새 없이 환자들을 안내하느라 분주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적막감만 감돌던 메디컬 스트리트가 완전히 활기를 되찾은 모습이다. 엔데믹 선언 이후 한국을 찾는 외국인 의료관광객이 급증하면서 K-의료관광은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최근 외국인 환자 유치 규모는 역대 최대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되었다. 보건복지부가 2026년 4월 24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를 찾은 외국인 환자 수는 가파른 회복세를 보이며 고부가가치 수출 산업으로서의 위상을 다시금 입증했다. 그러나 이러한 양적 팽창의 이면에는 특정 진료과목 편중, 불법 브로커 문제, 질적 관리 미흡 등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피부·치과·성형 중심의 급성장, 편중 현상의 그늘

최근 K-의료관광의 부활을 견인하는 것은 단연 미용과 치과 분야다. 관련 통계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전년 대비 진료과목별 외국인 환자 증가율은 피부과가 86.2%로 가장 높았으며, 치과(79.0%)와 성형외과(64.7%)가 그 뒤를 이었다. K-뷰티 열풍과 한국 의료진의 정교한 기술력이 시너지를 내며 아시아를 넘어 미주, 유럽의 젊은 층까지 끌어들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미용 성형 위주의 성장은 K-의료관광의 장기적 발전에 독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증 미용 시술은 진입 장벽이 낮아 태국, 싱가포르 등 경쟁국들의 추격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반면 중증 질환 치료나 고난도 수술은 환자 1인당 평균 체류 기간이 길고 진료비 지출 규모도 커 경제적 파급효과가 훨씬 크다. 전문가들은 한국 의료의 진짜 강점인 암 치료, 장기 이식, 심뇌혈관 질환 등 중증 의료 분야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홍보해야만 진정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체질을 개선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시장 교란' 차단과 신뢰 기반의 인프라 구축

시장이 급격히 팽창하면서 고질적인 병폐인 '불법 브로커'와 '수수료 폭리' 문제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일부 비공식 채널을 통해 입국한 환자들이 터무니없이 높은 진료비를 청구받거나, 부작용 발생 시 사후 관리를 받지 못해 국제 소송이나 외교적 마찰로 이어지는 사례가 심심치 않게 보고된다. 이는 어렵게 쌓아 올린 K-의료의 신뢰도를 한순간에 무너뜨릴 수 있는 시한폭탄과 같다.

지속 가능한 K-의료관광을 위해서는 시장의 투명성 확보가 최우선 과제다. 정부와 지자체는 외국인 환자 유치 기관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적법한 등록 절차를 거친 공식 에이전시 육성에 힘써야 한다. 또한 진료비 가이드라인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외국인 환자를 위한 전용 의료분쟁 조정 시스템을 촘촘히 구축해 '믿고 찾을 수 있는 의료 선진국'이라는 브랜드를 확립해야 한다. 의료 서비스의 질적 관리가 곧 국가 경쟁력이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웰니스 융복합과 지역 분산을 통한 미래 청사진

앞으로 K-의료관광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단순한 '치료'를 넘어선 '치유(Wellness)'와의 융합이다. 온천, 한방, 숲 치유 등 한국 고유의 웰니스 자원과 첨단 의료 서비스를 결합한 패키지 상품 개발이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환자뿐만 아니라 동반 가족까지 장기 체류하며 소비를 유도하는 융복합 모델은 관광 산업 전반에 엄청난 낙수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더불어 서울과 수도권에만 쏠려 있는 의료관광 수요를 지방으로 분산하는 전략도 시급하다. 대구의 모발이식, 부산의 임플란트 및 검진, 전남의 휴양형 한방 등 지역별 특화 의료 기술을 육성하고 이를 지역 관광 자원과 연계한다면, 고사 위기에 처한 지방 의료 인프라를 살리고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양적 성장의 단계를 지나 질적 성숙기로 접어든 지금, 정교한 제도적 뒷받침과 업계의 자정 노력이 결합할 때 K-의료관광은 흔들리지 않는 글로벌 표준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