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그리스의 서사시에서 오디세우스는 사이렌의 매혹적인 노랫소리에 홀리지 않기 위해 자신을 돛대에 묶었다. 현대 자본주의 시장에서 기업들이 핵심 인재를 묶어두기 위해 고안한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 역시 일종의 자발적 돛대 묶기, 즉 '황금 족쇄'와 닮아 있다. 당장의 달콤한 열매 대신 미래의 더 큰 결실을 기약하며 오늘날의 땀방울을 유예하는 이 제도는, 그러나 최근 들어 약속의 닻이 아닌 갈등의 불씨로 타오르고 있다.
자본의 온기가 노동의 현장 구석구석까지 골고루 퍼지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지난 2025년 11월 18일, 한화오션 노동조합원 2,623명이 회사를 상대로 부산지방법원에 약 200억 원 규모의 미지급 RSU 약정금 청구 소송을 제기한 사건은 이러한 갈등의 깊이를 극적으로 보여준다. 미래를 담보로 맺은 약속이 법정이라는 차가운 저울 위에 올라서게 된 이 사태는, RSU라는 제도가 지닌 온전한 명암을 여실히 드러낸다.
노동계의 시선은 매섭다. RSU가 본래의 취지인 '인재 확보와 장기 근속 유도'를 벗어나, 대주주나 고위 경영진의 지배력을 강화하고 사익을 편취하는 교묘한 도구로 전락했다는 비판이다. 단기 실적에 연연하지 않고 장기적 가치를 제고하겠다는 명분 뒤에, 특정 소수만을 위한 '그들만의 잔치'가 숨어 있다는 지적은 결코 가볍지 않다. 성장의 과실이 위로만 흐르고 아래로는 마른 침만 삼키게 하는 구조라면, 그 제도는 공동체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독배가 될 뿐이다.
물론 기업의 항변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글로벌 인재 전쟁의 최전선에서 RSU는 유능한 경영인을 영입하고 그들의 이해관계를 주주의 이익과 일치시키는 가장 강력한 무기다. 당장 눈앞의 주가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5년, 10년 뒤의 미래 먹거리를 준비하게 만드는 '장기 안목의 처방전'이라는 주장은 타당하다. 인재가 곧 자산인 시대에, 이들을 붙잡아둘 매력적인 유인책마저 빼앗긴다면 기업은 글로벌 시장이라는 거친 바다에서 돛 잃은 돛단배가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진정한 기업가 정신과 상생의 가치는 한쪽의 희생이나 독점 위에서 꽃 피울 수 없다. 경영진의 헌신이 중요하듯, 묵묵히 현장을 지킨 노동자들의 땀방울 역시 기업 가치의 근간이다. RSU가 소수 특권층의 전유물이 아니라, 기업의 성장을 이끈 구성원 모두의 '미래 공유 플랫폼'으로 거듭나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제도의 투명성을 높이고 지급 대상을 합리적으로 넓히는 포용적 설계가 선행되지 않는다면, RSU는 끊임없는 불신의 늪이 될 것이다.
'곳간에서 인심 난다'는 옛말은 반만 맞다. 곳간을 채우는 과정에서 보여준 서로에 대한 신뢰와 존중이 없다면, 채워진 곳간은 오히려 다툼의 전쟁터가 될 뿐이다. 미래의 열매를 나누겠다는 약속은 그 약속을 믿고 오늘을 견딘 모든 이들의 손끝에서 완성된다. 황금 사슬이 족쇄가 아닌, 서로를 단단히 연결하는 신뢰의 동아줄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차가운 겨울바람 속에서, 상생이라는 따스한 불씨를 지펴야 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