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쇳물을 녹여내고 기계를 조립하던 '굴뚝의 시대'는 한국 경제를 번영으로 이끈 위대한 엔진이었다. 그러나 한쪽 바퀴만 비대하게 커진 마차는 결국 제자리를 맴돌 뿐,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법이다. 그리스 신화 속 시시포스가 산꼭대기로 밀어 올리던 바위처럼, 물리적 자원의 투입과 노동력에만 의존하는 제조업 중심의 성장 모델은 이제 그 한계의 정점에 다다르고 있다. 보이지 않는 가치를 창조하는 '서비스업의 혁신' 없이는, 우리가 디디고 선 경제의 대지 자체가 가라앉을 수 있다는 경고음이 도처에서 울린다.
최근 OECD가 발표한 경제전망은 이러한 위기감을 숫자로 증명한다. 자료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잠재성장률은 2025년 1.85%에서 2026년 1.66%, 그리고 2027년에는 1.52%까지 지속적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측되었다. 마의 '1%대 장벽'마저 위태로워진 작금의 현실은 단순한 경기 순환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 즉 잠재성장률의 하한선이 구조적으로 무너지고 있음을 가리키는 엄중한 신호다. 제조업이라는 전통적 기둥만으로는 인구 감소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라는 거대한 파고를 넘기 어렵다.
해법은 명확하다. 부가가치의 원천을 '손에 잡히는 물건'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지식과 경험'으로 이동시켜야 한다. 금융, 의료, IT 솔루션, 콘텐츠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 산업의 생산성 혁신이 시급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동안 한국의 서비스업은 도소매나 음식·숙박업 등 영세 자영업 중심으로 고착화되어, 제조업에 비해 현저히 낮은 생산성에 머물러 왔다. 서비스업을 단순한 내수 진작용 도구가 아닌,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독자적 수출 산업으로 재정의하는 패러다임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일각에서는 제조업이야말로 국가 경제의 근간이며, 서비스업 육성이 제조업의 공동화(空洞化)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기술 유출과 일자리 감소를 막기 위해 여전히 제조업에 정부 지원의 방점을 두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그러나 이러한 이분법적 사고는 현대 산업의 융합 트렌드를 간과한 구시대적 발상이다. 오늘날의 제조업은 서비스와 결합할 때 비로소 완성된다. 스마트 팩토리의 소프트웨어, 자율주행차의 플랫폼 서비스처럼 제조업의 고부가가치화 역시 서비스업의 혁신적 뒷받침 없이는 불가능하다. 서비스업 육성은 제조업의 대체재가 아니라, 제조업을 한 단계 격상시키는 강력한 촉매제다.
규제의 빗장을 풀고 제도적 기반을 다지는 정부의 역할도 재정립되어야 한다. 그간 정부의 정책적 금융 지원과 세제 혜택은 지나치게 제조업에 편중되어 있었다. 무형의 지식재산권과 데이터가 금융권에서 담보로 인정받고, 혁신적인 서비스 스타트업이 기존의 낡은 규제 장벽에 가로막혀 고사하지 않도록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길이 없으면 길을 찾고, 찾아도 없으면 길을 닦아야 한다"는 고대 명장의 다짐처럼, 전례 없는 잠재성장률 하락 국면에서는 기존의 지원 문법을 완전히 바꾸는 과감한 결단이 요구된다.
보이지 않는 바람이 거대한 돛을 움직여 배를 나아가게 하듯, 보이지 않는 서비스 산업의 혁신은 한국 경제라는 거함을 다시 뛰게 할 숨은 동력이다. 제조업의 단단한 대지 위에 서비스업이라는 푸른 하늘을 펼쳐낼 때, 비로소 대한민국은 저성장의 늪을 벗어나 새로운 고도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굴뚝에서 피어오르던 연기가 한 시대의 번영을 상징했다면, 이제는 보이지 않는 지성이 빚어내는 혁신의 향기가 미래를 채워야 할 시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