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경제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안개 속을 걷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재정 정책과 중앙은행의 통화 정책이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해 달리는 ‘정책 엇박자’가 심화되고 있어 깊은 우려를 자아낸다. 한쪽에서는 내수 진작과 경기 부양을 위해 재정 지출의 고삐를 풀고 있는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치솟는 물가와 가계부채를 잡기 위해 매파적 긴축 기조를 유지하며 금리 인하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적 불협화음은 시장에 혼란을 줄 뿐만 아니라, 각 정책의 효과를 반감시키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정부의 확장적 재정 집행이 초래할 가파른 국가채무 증가와 이로 인한 재정 건전성 악화다. 관련 전망에 따르면 올해 국가채무는 사상 처음으로 1,400조 원을 돌파해 1,415조 2,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보이며, 이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51.6%에 달하는 수준이다. 이처럼 재정 부담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정부가 경기 부양을 명분으로 돈을 풀면, 시중 유동성이 늘어나 한국은행의 물가 안정 노력은 수포로 돌아가기 십상이다. 결국 재정이 물가를 자극하고, 한은은 이를 막기 위해 고금리를 유지해야 하는 악순환이 고착화될 위험이 크다.

둘째로, 재정과 통화 정책의 충돌은 서민 경제의 고통을 가중시킨다. 한쪽에서 ‘경기 진작’이라는 가속 페달을 밟고 다른 쪽에서 ‘물가 안정’이라는 브레이크를 동시에 밟으면, 정책의 혜택은 골고루 돌아가지 않고 고금리로 인한 이자 부담만 고스란히 가계와 자영업자에게 전가된다. 취약계층을 돕겠다는 재정 지원책이 오히려 고금리 장기화를 유발해 민생을 더 옥죄는 역설적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정교한 조율 없는 정책 집행은 국가 재정만 낭비하고 경제적 약자의 고통을 연장할 뿐이다.

셋째, 대외 신인도 하락과 거시경제적 불안정성 증대 역시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이다. 글로벌 통화정책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국내 거시경제 정책의 일관성이 결여되면 외환시장과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재정 적자가 누적되는 가운데 통화 정책마저 갈피를 잡지 못한다면,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펀더멘털)에 대한 해외 투자자들의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 이는 자본 유출과 원화 가치 하락으로 이어져 우리 경제를 더 큰 위기로 몰아넣는 도화선이 될 수 있다.

지금 우리 경제에 필요한 것은 각자의 영역에서 제 목소리만 내는 독주가 아니라, 정교하게 화음을 맞춘 이중주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경제 상황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거시경제의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 긴밀한 공조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무분별한 재정 지출을 지양하고 취약계층에 집중하는 정밀한 ‘타깃형 재정 정책’을 펴는 동시에, 통화 정책과의 엇박자를 최소화하는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정부와 통화당국의 책임 있는 결단과 긴밀한 소통을 강력히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