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가 멈춘 건 누구의 잘못인가. 파업이 끝나자마자 건설 현장 곳곳에서 이 질문을 둘러싼 분쟁이 터지고 있다. 원청 건설사는 공기(工期) 지연에 따른 지체상금을 하도급업체에 청구하고, 하도급업체는 파업이라는 불가항력 앞에서 왜 자신들만 책임을 져야 하느냐고 반발한다. 일부 현장에서는 계약금액의 상당 비율에 달하는 지체상금이 청구되면서 중소 하도급업체의 존립 자체가 흔들리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본지는 이 갈등이 단순한 민사 분쟁이 아니라 건설산업 생태계 전반을 위협하는 구조적 문제임을 분명히 밝힌다. 정부의 적극적인 중재와 합리적인 분쟁 조정 기준 마련이 더 이상 미뤄져서는 안 된다.

첫째, 현행 법제도는 이미 불가항력 상황에서의 공기 연장과 지체상금 면제를 허용하고 있다. 파업은 법원 판례와 학설 다수가 불가항력 사유로 인정하는 대표적 사례다. 그러나 현실에서 이 규정은 사실상 유명무실하다. 원청과 하도급 사이의 계약은 대개 원청이 일방적으로 작성한 표준 외 약관으로 채워지고, 분쟁 조정 기구에 접근하는 비용과 시간은 중소 하도급업체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법이 보장한 권리가 실제로는 작동하지 않는 것이다.

둘째, 관행적으로 유지돼 온 유보금 제도가 이 구조를 더욱 불합리하게 만든다. 원청은 공사 대금의 일정 비율을 유보금 명목으로 지급을 미루고, 하도급업체는 그 돈을 담보로 공사를 이어간다. 여기에 지체상금까지 더해지면 하도급업체는 이중으로 현금 흐름을 옥죄인다. 실제로 관련 업계에서는 유보금 관행 폐지와 비상 상황에서의 계약 조건 상호 협의 조정을 약속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산업 스스로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러나 자율 약속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강제력 있는 제도적 뒷받침 없이는 현장에서 같은 갈등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셋째, 지체상금 분쟁의 피해는 하도급업체에서 멈추지 않는다. 중소 하도급업체가 무너지면 그 여파는 건설 현장의 인력난과 품질 저하로 이어지고, 결국 발주처와 소비자에게까지 돌아온다. 건설산업은 수많은 전문 하도급업체들의 협력으로 유지되는 생태계다. 그 생태계의 하부가 지속적으로 취약해지면 산업 전체의 경쟁력이 훼손된다. 지체상금 문제는 개별 업체 간의 돈 싸움이 아니라 산업의 지속 가능성에 관한 문제다.

정부는 지금 당장 두 가지를 해야 한다. 하나는 불가항력 사유에 따른 공기 연장과 지체상금 면제 기준을 명확히 법령과 표준 계약서에 명문화하는 것이다. 자의적 해석의 여지를 없애야 한다. 다른 하나는 실질적으로 작동하는 신속 분쟁 조정 창구를 건설 현장에 밀착시키는 것이다. 소송까지 가지 않아도 공정한 판단을 받을 수 있다는 신뢰가 있어야, 을(乙)의 위치에 있는 하도급업체가 목소리를 낼 수 있다.

파업이 끝난 현장에 지체상금 고지서가 날아드는 구조가 반복된다면, 다음 위기 때도 똑같은 갈등이 재연될 것이다. 불합리한 관행을 제도로 바로잡을 기회는 지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