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58명. 2026학년도 의대 모집 정원이 다시 이 숫자로 돌아왔다. 교육부가 지난 4월 17일 대학 총장들의 건의를 수용해 증원분을 전면 철회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숫자만 보면 원점 회귀다. 그러나 실상은 다르다. 2년 가까이 이어진 의정(醫政) 갈등이 남긴 상처 — 전공의 이탈, 수련 공백, 환자 불안 — 는 숫자 하나로 메워지지 않는다.

본지는 이 결정을 단순한 봉합으로 읽지 않는다. 오히려 지금이 진짜 대화를 시작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에 가깝다고 판단한다. 정원 동결은 출구가 아니라 입구다. 어느 방향으로 들어서느냐가 한국 의료의 10년을 결정한다.

우선, 이번 갈등이 드러낸 구조적 결함을 직시해야 한다. 정부는 지역 의료 붕괴와 필수과 기피 현상을 이유로 증원을 밀어붙였고, 의료계는 의학 교육의 질 저하와 의료 수가 문제를 들어 맞섰다. 둘 다 틀리지 않았다. 그러나 두 진영은 서로의 주장을 반박하는 데 에너지를 쏟았을 뿐, 정작 응급실을 전전하는 환자, 야간 당직을 혼자 감당하는 지방 의사, 전문의 시험을 앞두고 수련을 중단한 전공의의 현실은 협상 테이블 바깥에 머물렀다.

두 번째로, 신뢰 복원 없이는 어떤 합의도 지속되지 않는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수치 하나를 되돌렸다고 해서 무너진 신뢰가 복원되지는 않는다. 의료계 일부는 정부가 또 다시 일방적 증원에 나설 것이라는 불신을 거두지 않고 있고, 정부 역시 의료계가 공공성보다 집단 이익을 우선한다는 시각을 완전히 버리지 못했다. 이 불신의 구조가 유지되는 한, 정원 숫자는 언제든 다시 분쟁의 불씨가 된다. 필요한 것은 의료 인력 수급에 관한 독립적·상설적 협의 기구다. 정치 일정과 무관하게 데이터를 축적하고, 5년·10년 단위로 인력 계획을 검토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세 번째 근거는 시간이다. 한국의 고령화 속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가파른 축에 속한다. 10년 후 의료 수요가 지금과 같지 않을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의대 교육에는 최소 6년, 전문의 배출까지는 10년 이상이 소요된다. 지금 결정하지 않으면 10년 뒤 대응할 수단 자체가 없다. 정원 동결은 현재의 긴장을 낮추는 데는 성공했지만, 미래의 의료 공백을 대비하는 계획을 뒤로 미룬 대가도 함께 치른 것이다.

본지가 촉구하는 것은 분명하다. 정부는 증원 재추진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의료계와의 정책 협의를 제도화하라. 의료계는 공공 의료와 필수과 기피 문제에 대해 구체적 자구안을 내놓아야 한다. 환자 단체와 시민사회도 협의 구조 안으로 들어와야 한다. 의료 정책이 두 당사자만의 거래로 결정되어온 관행이 이번 갈등의 뿌리 중 하나였다.

갈등을 봉합하는 것과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다르다. 정원 동결 결정은 전자에 가깝다. 후자로 나아가려면 지금 당장 테이블을 다시 차려야 한다. 응급실 한 켠에서 다음 당직의를 기다리는 환자에게 이 갈등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