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계출산율 0.75. 인구학자들이 '인구 소멸'이라는 단어를 꺼내 들기 시작한 수치다. 정부는 지난 20년간 수백조 원을 쏟아부었지만, 태어나는 아이의 수는 해마다 줄었다. 돈의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인가. 본지는 그 답이 '시간'에 있다고 본다.
경기연구원은 장시간 근로문화를 초저출산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하며, 현행 주 40시간 법정 근로시간을 주 35시간으로 단축할 것을 공식 제안했다. 한국의 연간 근로시간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상위권에 머문다. 저녁이 없는 삶, 주말도 반납하는 직장 문화 속에서 누가 아이를 낳고 키울 여유를 찾겠는가. 일과 가정의 양립은 구호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시간이 실제로 주어져야 한다.
주 4일 근무제는 바로 그 시간을 돌려주는 가장 직접적인 수단이다. 본지가 이 제도의 도입을 지지하는 근거는 세 가지다.
첫째, 양육 시간의 절대적 확보다. 맞벌이 부부가 아이를 갖지 않는 가장 현실적인 이유는 '돌볼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금요일 하루를 되찾는 것만으로도 부모는 어린이집 대기 문제를 완충하고,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을 주 단위로 재편할 수 있다. 보육 인프라 확충에 수조 원을 투입하는 것보다, 부모 스스로 아이 곁에 있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더 근본적이다.
둘째, 여성의 경력 단절 고리를 끊는 효과다. 한국에서 출산은 여전히 여성의 커리어 중단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다. 일과 육아를 동시에 감당할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근무일수가 줄고 유연성이 높아지면, 출산 후 복직을 포기하던 여성들이 직장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는 저출생 완화와 여성 경제활동 참여율 제고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는 경로다.
셋째, 남성의 육아 참여를 현실화한다. 육아휴직 사용률에서 남성이 여전히 소수에 머무는 이유는 단순하다. 쓸 수가 없어서다. 팀장 눈치, 업무 공백, 승진 불이익. 그러나 주 4일 근무가 문화로 자리 잡으면, 아버지가 육아에 참여하는 것이 예외적 선택이 아닌 일상이 된다. 아이를 함께 키운다는 감각이 생겨야 두 번째, 세 번째 아이를 고민하는 대화가 시작된다.
물론 모든 업종에 일괄 적용할 수 없다는 현실적 한계는 인정한다. 제조업·의료·서비스업의 특수성을 무시한 채 획일적 도입을 강제하면 부작용이 따른다. 따라서 본지는 전면 의무화보다 업종별 자율 시범 도입, 세제 인센티브, 성과 측정을 병행하는 단계적 접근을 지지한다. 영국·아이슬란드·일본 일부 기업의 시범 운영 결과는, 생산성 저하 없이 직원 만족도와 채용 경쟁력이 오른다는 사실을 이미 보여줬다.
저출생 예산이 아무리 쌓여도 퇴근 후 아이와 밥을 먹을 시간이 없다면, 그 돈은 공중에 흩어질 뿐이다. 아이를 낳을 용기는 통장 잔고보다 저녁이 있는 하루에서 싹튼다. 주 4일제 논의를 더 이상 복지 담론의 가장자리에 묶어두지 말라. 그것은 인구 위기를 정면으로 겨냥한 구조 개혁의 출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