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69만 5,000명이었던 국내 학령인구가 2025년에는 45만 7,000명으로 줄었다. 15년 만에 3분의 1이 증발한 셈이다. 이 숫자는 단순한 인구 통계가 아니다. 지방 대학 하나가 문을 닫을 때마다, 그 도시에서는 청년이 떠나고 상권이 죽고 지역 병원의 의사·간호사 공급이 끊긴다. 캠퍼스 소멸은 곧 지역 소멸의 예고편이다.

본지는 지방 대학의 위기를 더 이상 '교육 문제'로만 한정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이는 국토 균형과 산업 생태계, 나아가 국가 존립과 직결된 구조적 위기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대학 스스로가 지금 당장 방향을 틀지 않으면, 10년 후에는 되돌릴 수 없는 공백이 생긴다.

첫째, 학령인구 감소의 충격은 수도권이 아닌 지방에 집중된다. 입시 경쟁에서 밀린 지방 대학은 정원을 채우지 못하고, 등록금 수입이 줄면 교수 채용을 동결하며, 교육 질이 떨어지면 다시 지원자가 줄어드는 악순환에 빠진다. 이미 상당수 지방 사립대가 이 수렁 안에 있다. 한계에 몰린 일부 대학은 사실상 폐교 수순을 밟고 있음에도 재학생 보호라는 이름 아래 구조조정이 지연되고 있다. 재학생이 피해자가 되는 상황은 막아야 하지만, 그것이 구조개혁을 무한정 유예하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

둘째, 지방 대학은 해당 지역의 유일한 고급 인력 공급원이자 연구 거점이다. 지역 중소기업과 공공기관이 필요로 하는 전문 인력의 상당 부분을 지방 대학이 길러냈다. 대학이 사라지면 그 지역은 인재를 외부에서 조달해야 하는데, 수도권에서 굳이 지방으로 내려올 이유가 없는 청년들에게 이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지역 산업이 공동화되고, 지방정부의 세수 기반이 무너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지방 대학의 소멸은 지역 경제의 동맥을 끊는 일이다.

셋째, 이 위기는 대학 자체의 문제만이 아니라 국가 전략의 공백에서 비롯됐다. 수십 년간 수도권에 인구와 자원이 집중되는 동안 지방 대학은 구조적으로 불리한 경쟁을 강요받아 왔다. 지금 필요한 것은 경쟁력 없는 대학을 시장 논리로 솎아내는 단순 구조조정이 아니다. 지역 전략 산업과 대학을 연계하고, 지자체와 기업이 공동으로 대학 운영에 참여하는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 일부 지역에서 시도되는 지역혁신중심 대학 지원 사업은 방향은 맞지만, 예산 규모와 지속성 면에서 여전히 임시방편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지금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해야 한다. 퇴출이 불가피한 한계 대학에 대해서는 재학생 학습권 보호와 교직원 고용 안정을 전제로 신속하고 투명한 정리 절차를 밟아야 한다. 동시에 생존 가능성이 있는 지방 대학에는 지역 산업·공공기관과의 연계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 재정 지원을 단발성 공모 방식이 아닌 장기 협약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지방 대학을 살리는 것은 지역을 살리는 일이다.

학령인구가 줄어드는 속도는 정책이 따라잡기 어려울 만큼 빠르다. 그러나 속도보다 더 무서운 것은 방향 없는 표류다. 10년 뒤 지방 캠퍼스의 빈 건물을 바라보며 뒤늦은 후회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지금 이 자리에서 결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