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청약 신청서를 펼쳐본 적 있는 사람이라면 안다. 특별공급, 일반공급, 생애최초, 신혼부부, 다자녀, 노부모 부양, 기관추천. 각각의 유형마다 다른 소득 기준, 다른 자산 기준, 다른 거주 기간 요건. 30대 직장인이 청약 한 번 제대로 넣으려면 반나절은 각오해야 한다. 이걸 과연 '무주택자를 위한 제도'라고 부를 수 있을까.

국토교통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문제는 더 선명해진다. 2020년부터 2025년 6월까지 청약 당첨자 88만여 명 가운데 7.7%, 즉 6만 7000여 명이 이후 계약을 포기하거나 당첨을 취소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첨자 열 명 중 한 명 가까이가 '그림의 떡'에 그쳤다는 뜻이다. 자격 조건을 잘못 이해했거나, 까다로운 서류 요건을 미처 갖추지 못했거나, 자금 조달 계획이 제도 요건과 어긋난 경우들이 뒤섞여 있다. 제도를 이해하지 못해 발생하는 손실이 이 숫자 안에 얼마나 들어 있는지는 아무도 정확히 따지지 않는다.

청약 제도가 복잡해진 것은 어느 날 갑자기가 아니다. 정권마다 무주택자 지원이라는 명분 아래 특공 유형을 늘리고, 소득 기준을 세분화하고, 가점 항목을 추가했다. 취지는 나쁘지 않았다. 신혼부부를 돕고, 다자녀 가정을 배려하고, 생애 첫 집을 마련하는 이들에게 기회를 주겠다는 논리였다. 그런데 레이어가 쌓일수록 정작 가장 절실한 실수요자, 즉 정보도 없고 전문가를 쓸 여유도 없는 무주택자들이 제도의 미로에서 길을 잃기 시작했다.

역설적인 것은 이 복잡한 제도를 가장 능숙하게 활용하는 쪽이 정보력과 시간 여유가 있는 계층이라는 점이다. 청약 컨설팅 서비스가 성업 중이고, 유튜브에는 '특공 당첨 전략' 영상이 수십만 뷰를 기록한다. 제도의 복잡성이 정보 격차를 낳고, 그 격차가 곧 기회의 격차로 이어지는 구조다. 정책이 보호하겠다고 선언한 바로 그 사람들이 제도의 문턱에서 먼저 떨어지는 셈이다.

해법은 의외로 단순한 방향에 있다. 특공 유형을 무한정 늘리는 대신 핵심 기준을 단순화하고, 무주택 기간과 실거주 필요성 두 가지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재편하는 것을 검토할 만하다. 신청 자격과 서류 요건도 온라인에서 자동 조회·확인이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일원화해야 한다.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시범 운영 중인 청약 사전 진단 서비스는 그나마 긍정적 시도지만, 전국 단위 표준화까지는 갈 길이 멀다.

집 한 채를 원하는 사람에게 요구되는 것이 법령 해독 능력이어선 안 된다. 제도가 복잡할수록 그 복잡함을 견딜 수 있는 사람만 집을 얻는 구조가 고착된다. 청약 제도 개혁 논의가 분양가 상한제나 공급 물량 확대에만 집중되는 동안, 정작 실수요자들은 오늘도 서류 한 줄에 당첨이 취소되는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