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가 민족주의 무장세력 UPA(우크라이나 반란군)의 이름을 군부대에 붙인 것을 놓고 폴란드와의 외교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5월 말 OUN 지도자 안드리이 멜니크의 재매장 의식을 거행한 후 UPA 조직의 영웅들을 기리기 위해 정예 군부대를 명명하자, 폴란드의 카롤 나브로츠키 대통령이 6월 19일 젤렌스키로부터 폴란드 최고 훈장인 흰수리 훈장을 박탈하면서 분쟁으로 번졌다.

나브로츠키 대통령은 UPA가 「제2차 세계대전 중 폴란드인들을 대상으로 한 학살 사건의 책임이 있다」며 소셜미디어를 통해 입장을 표했다. 이에 우크라이나 측은 젤렌스키 행정부 수장인 키릴로 부다노프와 외교부 장관 안드리이 시비하, 전직 대통령 페트로 포로셴코가 폴란드 훈장을 반납하는 방식으로 맞대응했다. 2022년 러시아 전면 침략 이후 폴란드는 우크라이나의 군사 물자 공급자이자 수백만 난민의 피난처 역할을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과거사 갈등이 재점화된 것이다.

역사 분석가들에 따르면 UPA는 소련의 강제 집단화와 러시아화 정책에 저항하는 과정에서 2차 대전 중 나치 독일과 협력했으며, 폴란드계 주민 수만 명을 살해했다고 알려져 있다. 우크라이나 오타와 대학의 이반 카차놉스키 역사학자는 UPA 대부분의 조직원들이 「나치 점령 당국을 돕는 방식으로 유대인, 우크라이나인, 러시아인, 폴란드인에 대한 대량 학살에 참여했다」고 저술했다.

다만 빈 소재 민주주의 센터의 안톤 셰호초프 극우 전문가는 이 갈등이 폴란드의 우크라이나 지원에 실질적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두 국가 모두 러시아를 더 큰 실존적 위협으로 인식한다」며 「크렘린은 이런 분쟁이 폴란드의 군사 지원이라는 큰 그림에 영향을 주지 않음을 이해한다」고 분석했다. 다만 러시아 정부 매체들이 「UPA 이슈를 활용해 양국 사이의 균열을 조장하려 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폴란드 총리 도널드 투스크는 19일 「폴란드와 우크라이나 간 갈등은 푸틴을 기쁘게 하고 우리 동맹을 놀라게 한다」며 「전선은 다른 곳에 있다」는 성명을 발표하며 진화에 나섰다. 이날부터 폴란드 그단스크에서 열리는 우크라이나 복구 회담에 젤렌스키는 참석하지 않고 유율리아 스비리덴코 총리가 우크라이나 대표단을 이끌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