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 본인이 뇌물을 받으면 처벌된다. 그런데 배우자가 받으면? 현행법은 대체로 침묵한다. 이 침묵이 실제로 악용되고 있다면, 법은 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인가.

2024년 6월,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부정청탁금지법 개정안은 이 공백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일명 「만사영통 방지법」으로 불리는 이 개정안의 핵심은 간단하다. 고위공직자의 배우자가 직무 관련성과 무관하게 금품을 수수할 경우 처벌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직무 관련성 요건을 따지지 않겠다는 대목이 핵심이다. 기존 법률이 뚫리는 지점이 바로 거기였으니까.

현행 청탁금지법은 공직자 본인에게 적용 범위가 집중돼 있다. 배우자에 대해서는 공직자가 수수 사실을 알고도 신고하지 않을 경우 제재를 가하는 간접 규정만 존재한다. 금품을 건넨 쪽, 그리고 실제로 받은 배우자는 이 규정의 사각지대에 놓인다. 법망을 우회하려는 쪽에서 배우자를 창구로 활용하려는 유인이 생기는 이유다.

반론도 있다. 배우자는 독립된 인격체이며, 공직자와 결혼했다는 이유만으로 법적 제약을 받는 것은 기본권 침해에 가깝다는 논리다. 일견 타당하다. 그러나 이 논리를 끝까지 밀면 이상한 결론에 닿는다. 공직자의 배우자라는 지위를 이용해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행위와, 그와 무관한 사적 경제활동을 같은 선상에 놓아야 한다는 뜻이 되기 때문이다. 법은 지위에서 비롯되는 실질적 권력을 규율하는 것이지, 단순히 가족관계를 처벌하자는 게 아니다.

비교법적으로 봐도 한국의 규율 수준은 낮은 편이다. 주요 선진국 상당수는 고위직 배우자의 이해충돌 방지 의무를 명문화하거나, 재산 공개 대상에 배우자를 포함시키는 방식으로 간접적 통제 장치를 갖추고 있다. 한국도 공직자윤리법상 배우자 재산 등록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금품 수수에 대한 직접 제재는 여전히 미비하다.

입법 설계에서 정교함은 필수다. 「직무 관련성 무관」이라는 요건을 너무 넓게 적용하면 무고한 일상적 거래까지 범죄화할 위험이 있다. 반면 너무 좁히면 우회로가 다시 열린다. 처벌 대상 금품의 범위, 고지 의무 부과 방식, 공직자 본인과의 공모 여부에 따른 가중처벌 등 세부 조율이 개정안의 실효성을 가른다. 입법 취지가 아무리 정당해도, 조문이 엉성하면 법정에서 무너진다.

법의 빈틈은 저절로 메워지지 않는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채워야 한다. 문제는 그 작업을 서두르느냐, 아니면 또 한 번의 논란이 터진 뒤에야 움직이느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