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누군가는 빗속에서 오토바이를 몬다. 앱이 울리면 달려야 하고, 사고가 나면 본인 부담이다. 산재보험은 가입하지 못했거나, 가입 자격 자체가 불명확하다. 그 사람이 '노동자'인지 '사업자'인지, 법은 아직 제대로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고용노동부와 한국고용정보원이 2024년 발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국내 플랫폼 종사자는 88만 3천 명에 달한다. 전년의 79만 5천 명에서 11% 넘게 늘었다. 배달, 대리운전, 가사서비스, 프리랜서 번역까지, 플랫폼을 통해 일감을 얻는 인구가 이미 100만 명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런데 이들 대부분은 고용보험의 바깥에 서 있거나, 산재보험 적용을 받더라도 실질적인 신청 절차가 복잡해 포기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문제의 핵심은 '노동자성 인정'이라는 오래된 논쟁이다. 플랫폼 기업들은 종사자를 독립 계약자로 분류한다.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만큼 일하는 자유로운 개인 사업자라는 논리다. 그 틀 안에서는 기업이 4대 보험을 부담할 이유도, 최저임금을 보장할 의무도 생기지 않는다. 하지만 실제 작동 방식은 다르다. 알고리즘이 배차를 통제하고, 평점이 수입을 결정하며, 이용약관 하나로 계정이 정지된다. 지시 없이 일하는 듯 보이지만, 지시 없이는 일을 받을 수 없는 구조다.

영국 대법원은 2021년 우버 기사들을 '워커(worker)'로 인정하며 최저임금과 유급휴가 권리를 부여했다. 프랑스는 플랫폼 종사자 헌장 제도를 통해 기업이 자율적으로 보호 기준을 설정하게 하되, 이를 노동자성 인정의 증거로 쓰지 못하도록 했다. 스페인은 아예 '라이더법'을 만들어 배달 기사를 근로자로 추정한다. 제각각의 방식이지만, 방향은 하나다. 플랫폼 노동을 법의 회색지대에 방치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한국의 현실은 어떤가. 전속성 요건이 완화된 산재보험 특례 조항이 일부 적용되고 있지만, 복수 플랫폼에서 동시에 일하는 종사자는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인다. 고용보험의 경우 2021년부터 특수고용직에 대한 적용이 일부 시작됐지만, 플랫폼 전체를 아우르는 포괄적 틀은 아직 갖춰지지 않았다. 법 개정 논의가 수년째 국회에서 맴도는 사이, 현장에서 사고는 계속 난다.

일부에서는 규제가 플랫폼 경제의 유연성을 해친다고 주장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유연성'이 위험 전가의 다른 이름이 돼서는 안 된다. 비용을 절감하는 유연성이 아니라, 일하는 사람이 다치고 아플 때 버틸 수 있는 안전망과 공존하는 유연성이어야 한다. 그 균형점을 찾는 게 입법의 역할이다.

88만 명이 이미 그 방식으로 일하고 있다. 이 숫자는 더 늘어날 것이다. 법이 현실을 따라잡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 공백을 채우는 것은 결국 개인의 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