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자가 자리에 앉는다. 의원들이 서류 뭉치를 들고 질문한다. 카메라 플래시가 터진다. 그리고 며칠 뒤, 임명은 강행된다. 청문회가 '통과 의례'로 전락했다는 말은 이제 비판도 아닌, 그냥 현실 묘사다.

지난 수년간 반복된 장면이다. 야당은 고성과 자료 제출 요구로 시간을 채우고, 여당은 방어에 급급하다 시간을 흘려보낸다. 정작 후보자의 국정 운영 능력이나 정책 철학을 따지는 질문은 의사록 뒷페이지에서나 찾을 수 있다. 청문회장은 정책 검증의 공간이 아니라, 정치적 공방의 무대로 굳어진 지 오래다.

냉소는 어디서 오는가

국민 사이에 자리 잡은 청문회 냉소는 갑작스럽게 생긴 게 아니다. 축적된 경험의 산물이다. 청문회에서 위증 논란이 일어도 고발이 흐지부지되고, 도덕성 문제가 드러나도 임명이 강행되는 사례가 쌓이면서, 사람들은 '이 절차가 무엇을 바꾸는가'라는 질문을 점점 진지하게 던지기 시작했다.

인사청문회법상 국회는 청문 결과를 담은 경과보고서를 대통령에게 송부하지만, 대통령이 이를 거부할 경우 법적 강제 수단이 없다. 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아도, 심지어 부적격 의견이 다수를 이뤄도 임명을 막을 방법이 없다는 뜻이다. 제도 설계 자체에 이빨이 없다. 비판론자들이 「청문회는 알리바이를 만드는 절차」라고 비꼬는 이유가 여기 있다.

법과 법 사이의 균열

제도적 허점은 청문회 운영의 표면적 파행에만 있지 않다. 국회입법조사처가 2022년 12월 발표한 보고서는 국회 증언감정법·인사청문회법과 개인정보보호법·금융실명법 사이의 충돌 문제를 정면으로 지적했다. 후보자 검증에 필요한 금융 거래 내역이나 개인 정보를 요구할 수 있는 근거가 불분명한 탓에, 자료 제출을 거부해도 실질적 제재를 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결국 청문회는 후보자가 내놓는 자료의 범위 안에서만 작동한다. 검증의 깊이가 피검증자의 협조 의지에 달려 있는 구조다. 의원들이 아무리 날 선 질문을 던져도, 법적 공백이 방패가 되는 순간 청문회는 형식 위를 맴돌다 끝난다.

제도 개선, 요구는 있지만 동력은 없다

청문회 개혁 논의는 주기적으로 불거졌다. 증인 출석 강제력 강화, 위증죄 실효성 확보, 자료 제출 거부에 대한 제재 조항 명문화 등이 반복적으로 거론됐다. 일부 의원들은 청문 보고서 채택 없이는 임명을 제한하는 방향의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어느 정부에서든, 여야 모두 '자신들이 임명권을 쥐었을 때'를 의식한 탓인지 입법 완성까지 이어진 사례는 드물다.

이 역설이 청문회 무용론을 더 깊게 파고든다. 제도를 고칠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 고치지 않는 쪽에서 이익을 찾는 구조. 그 구조가 유지되는 한, 청문회는 파행을 반복하고, 여론은 냉소를 쌓아간다.

국민이 청문회 중계를 켜는 이유가 달라지고 있다. 검증의 과정을 보려는 게 아니라, 어떤 망신이 펼쳐지는지를 구경하는 쪽에 가깝다는 시선도 나온다. 그 구경꾼의 시선 안에 민주주의 절차에 대한 피로가 담겨 있다는 점을, 국회는 직시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