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신안군의 편의점 매출이 67.8% 뛰었다. 기본소득 시범사업이 시작된 직후의 수치다.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에 참여한 10개 자치단체의 신용카드 소비는 평균 16%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국 평균 증가율인 2.9%와 비교하면 다섯 배 이상 차이가 난다. 돈이 풀리면 소비가 늘어난다는 경제 원리를 확인하는 데 반년도 걸리지 않았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소비 반응은 빨랐지만, 이 실험이 '소멸 위기'라는 본질적 과제를 건드리고 있는지는 별개의 질문이다.

왜 지금 기본소득인가 — 지방소멸의 숫자들

행정안전부가 분류하는 '소멸 고위험 지역'은 전국 228개 시군구 가운데 절반에 육박한다. 전남 곡성군의 경우,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율이 40%를 넘는다. 20~39세 여성 인구 대비 65세 이상 인구 비율로 산출하는 소멸위험지수는 0.2 아래로 떨어진 지 오래다. 이 수치가 0.2 미만이면 '소멸 고위험'으로 분류된다.

인구가 빠져나가는 속도를 멈추기 위해 지자체들이 선택한 카드가 현금성 지원이다. 청년 귀농·귀촌 장려금, 정착 지원금에 이어 이제는 '기본소득'이라는 이름을 달기 시작했다. 신안군은 군민 전체를 대상으로 월 15만 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사업을 운영하고 있고, 곡성을 포함한 여러 지자체가 청년층을 겨냥한 유사 프로그램을 경쟁적으로 설계하고 있다.

소비 효과는 실재하지만 — 한계의 구조

시범사업의 소비 진작 효과는 수치로 분명히 드러났다. 그러나 이 숫자에는 맥락이 필요하다. 소비가 늘었다고 해서 인구가 늘었다는 뜻은 아니다. 기본소득을 받기 위해 주민등록을 옮긴 '행정적 이주'가 실제 정주로 이어지는지는 별도로 검증해야 한다.

재정 구조도 따져봐야 한다. 소멸 위기 지자체일수록 자체 재원이 취약하다. 전남의 상당수 군 단위 지자체는 재정자립도가 10% 미만이다. 기본소득 재원의 대부분은 중앙정부 교부금과 지방소멸대응기금에 의존한다. 정부가 2022년 조성한 지방소멸대응기금은 10년 한시로 운영된다. 기금이 끊기는 시점에 지자체 단독으로 사업을 이어갈 여력이 있는지, 현재로서는 낙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더 근본적인 질문은 인과관계다. 청년이 농촌을 떠나는 이유는 돈이 없어서만이 아니다. 일자리, 교육, 의료, 문화 인프라의 부재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월 15만~30만 원의 기본소득이 이 구조적 격차를 상쇄할 수 있는가. 핀란드의 기본소득 실험(2017~2018)은 수급자의 정신적 안정감과 고용 의지를 소폭 높였지만, 지역 이동이나 인구 재분배 효과는 관찰되지 않았다.

실험의 의미와 남겨진 과제

그렇다고 이 실험이 무의미하다는 결론으로 가는 것은 섣부르다. 기본소득이 지역 내 소비 생태계를 활성화하고, 고령 주민의 최소 생활을 보장하는 기능은 수치로 확인됐다. 청년 유입보다 '잔류'를 유도하는 수단으로서의 가능성도 열려 있다. 이미 살고 있는 청년 농업인이 기본소득 덕분에 소득 불안을 견디며 정착을 선택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소멸 속도를 늦추는 효과는 있다.

핵심은 기본소득을 독립된 해법으로 보느냐, 구조적 처방의 일부로 설계하느냐에 달려 있다. 일자리 연계, 공공서비스 확충, 디지털 인프라 투자와 결합되지 않은 현금 지급은 일시적 소비 부양에 그칠 공산이 크다. 지방소멸대응기금의 만료 시점이 다가올수록, 지자체들은 더 어려운 선택 앞에 서게 된다. 돈이 다 떨어졌을 때도 남아 있을 청년이 몇 명인지, 그 숫자가 이 실험의 진짜 성적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