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의 남부 해변 도시 말라가는 20~30년 전만 해도 낡은 산업 항구 도시로 관광지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다. 도시 곳곳이 노후화되고 치안이 불안한 상황에서 인근 도시로 향하는 경유지에 불과했다. 그러나 2000년대 프란시스코 데 라 토레 시장 취임 이후 시작된 대규모 도시 재생 프로젝트를 통해 완전히 변모했다. 피카소 마케팅, 구시가지 정비, 항구 구역의 복합 문화 공간 조성 등으로 말라가는 유럽인이 사랑하는 세계적 휴양지로 탈바꿈했다.

말라가의 관문 역할을 하는 말라가 코스타델솔 공항의 성장이 그 증거다. 1919년 스페인 최초의 정기 상업 비행이 시작된 이 공항은 한때 적자 공항으로 알려졌으나 2000년 900만명대였던 여객이 15년 새 3배 증가해 현재 스페인 4대 공항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2680만명을 처리했으며, 58개 항공사가 276개 노선을 운영하고 있다. 이용 여객의 83%가 국제 여객이고, 65%가 관광 목적으로 이용한다.

스페인 정부가 1991년 설립한 통합 공항 운영 기관 AENA(스페인공항운영그룹)의 역할이 핵심이다. AENA는 전국 46개 공항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관리하며 인사, 재무, 노선 개발, 상업 부문을 전사적으로 통제한다. 2015년 지분 49%를 민영화한 후 세계 최대 공항 운영사로 성장했으며, 지난해 매출 63억 유로(약 11조1400억원), 순이익 21억 유로(약 3조7100억원)의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전 국내 공항과 해외 35개 공항(브라질 18개, 멕시코 12개 등)을 운영한다.

AENA는 규모의 경제를 활용해 비용을 절감하고, 항공사와의 협상에서 강력한 위치를 확보했다. 본사에서 필요한 물품을 일괄 발주하면서 가격 협상력을 높이고, 네트워크 내 공항들을 연결해 교차 통행 수요를 창출했다. 특히 말라가공항의 경우 시의회와 지역 관광청이 일원화된 통합 제안으로 항공사를 설득하면서 중동 직항 노선과 뉴욕 정기 노선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AENA의 항공사 내부 운영 비용 분석 데이터 제공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한국은 현재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로 나뉘어 15개 공항을 운영하고 있다. 인천공항은 동북아 허브로 지난해 매출 2조9683억원에 영업이익 8667억원을 기록했으나, 한국공항공사가 운영하는 14개 지방공항은 만성 적자 상태다. 지난해 한국공항공사의 영업손실은 223억원, 당기순손실은 522억원이었다. 김포·제주·김해 등 빅3 공항 수익이 나머지 지방공항의 적자를 메우는 구조가 지속되고 있다.

정부는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공항공사, 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을 통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통합 찬성 측은 중복 투자 방지, 신규 노선 개설, 허브공항과 지방공항 연결성 개선, 수익성 좋은 인천공항과의 재원 분담을 기대하고 있다. 반면 통합 반대 측은 경쟁이 치열한 시대에 인천공항의 미래 성장 동력이 둔화되고, 불안정한 가덕도신공항까지 떠안기게 될 것을 우려한다.

AENA의 안헬 산스 전략·공공정책 부문 총괄 이사는 여러 성공 사례의 장점을 취합해 한국 상황에 맞는 모델을 구축하는 것도 좋은 도전이라며, 스페인 모델에 정보가 부족하다면 프랑스 파리나 독일 프랑크푸르트 사례를 참고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파리의 드골공항과 프랑크푸르트 공항은 민간 자본이 40%대 지분을 차지한 채 상장기업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다만 한국 정부의 검토안은 정부가 100% 지분을 소유하는 완전 공공 방식인 점에서 스페인 모델과 차이가 있다.

2010년 이명박 정부가 인천공항공사 지분 49% 민영화를 추진했다가 국부 유출 우려와 공공성 논란으로 실패한 과거 사례도 통합 추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다만 AENA의 해외시장 개척, 여객이 적은 지방공항의 적극적 지원 전략, 중앙·지방정부와 관광업계의 협력 체계는 한국의 지방공항 활성화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스페인은 유럽 공동체 항공자유화, 풍부한 휴가 문화를 배경으로 전략적으로 지방공항을 육성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