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32개 회원국이 지난 1년간 국방비를 역대급 규모로 늘렸지만, 정작 전장에 투입할 무기는 그만큼 늘지 않았다는 진단이 나왔다. 7~8일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를 앞두고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1년 전엔 국방비 증액 약속 자체가 논의의 전부였다면 올해는 그 약속을 실제로 이행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돈을 얼마나 늘렸는지를 따지던 단계에서, 그 돈으로 무기를 얼마나 만들어냈는지를 따지는 단계로 의제가 넘어갔다는 뜻이다.
왜 돈은 늘었는데 무기는 늘지 않았나
지난해 미국을 제외한 나토 회원국의 국방비 지출액은 5740억달러로 전년 대비 20% 늘었다. 독일만 봐도 국방비가 1140억달러로 24% 증가했고, 2029년까지 1800억달러 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그러나 뤼터 사무총장은 각국이 군사비 지출을 늘리면서 무기 수요가 폭증했지만 정작 방산업계는 이를 감당하지 못하는 생산 수용 능력의 한계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유럽과 미국 모두 방위산업 기반 자체는 갖추고 있지만 생산 능력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며, 산업 생산 능력과 병력을 신속히 모집하고 훈련하는 역량이라는 두 가지 병목이 재무장 속도를 늦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산 무기 구매 압박, 유럽 방위산업엔 약일까 독일까
이번 정상회의에서는 국방비 증액 자체보다 그 돈이 어디로 흘러가는지가 더 민감한 쟁점으로 떠올랐다. 트럼프 행정부 고위 당국자에 따르면 지난 1년간 나토 회원국이 약속한 국방비 증액분 1200억달러 가운데 절반가량이 미국산 무기 구매에 쓰였고, 나토 회원국의 미 방산업체 누적 주문액은 3000억달러에 이른다. 매튜 휘태커 나토 주재 미국 대사도 이번 증액분의 절반이 미국산 무기 구매에 쓰였다는 점을 확인했으며, 정상회의 기간 중 수십억달러 규모의 신규 무기 판매 계약 발표도 예정돼 있다. 유럽 각국이 역내 방산업체 육성보다 미국산 무기 구매를 늘리는 쪽을 택할수록, 지난해 헤이그 정상회의에서 합의한 2035년까지 GDP 5% 목표가 유럽 방위산업의 자립이 아니라 미국 무기 시장의 확대로 귀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나토의 국방비 5% 목표는 정확히 무엇인가
2025년 6월 네덜란드 헤이그 정상회의에서 합의된 목표로, 회원국들은 2035년까지 국내총생산(GDP)의 5%를 방위 관련 지출에 투입하기로 했다. 이 중 최소 3.5%는 무기·병력·전투준비태세 등 핵심 국방비로, 최대 1.5%는 사이버·인프라·수송로 등 광의의 안보 관련 지출로 채워진다.
뤼터 사무총장이 말한 '두 가지 병목'은 무엇인가
뤼터 사무총장은 무기 수요 급증을 따라가지 못하는 방산업계의 생산 수용 능력 한계와, 전투력 확충에 필요한 병력을 신속히 모집·훈련하는 역량의 부족을 재무장 지연의 핵심 병목으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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