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 주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열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를 앞두고 나토 회원국들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지난달 24일 백악관에서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 만난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단지 그들의 충성심을 원한다. 우리는 그들의 돈이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는 이란 전쟁에서 유럽의 협조를 받지 못했다는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정상회의의 기조를 예고하는 발언이다.

뤼터 총장은 회담에서 2017년 이후 나토 회원국들이 국방비에 1조 2천억 달러를 지출했다는 도표를 제시해 '트럼프 트릴리언(Trump Trillion)'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트럼프 대통령을 부각시켰다. 그러나 이러한 제스처는 트럼프 대통령을 달래기 위한 사전 조치로 보인다. 미 국방장관 피트 헤그세스는 지난달 18일 벨기에 브뤼셀 나토 국방장관 회의에서 유럽 주둔 미군 병력 조정을 시사하며 각국에 추가 방위 부담을 강하게 압박했다. 4월 말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독일 주둔 미군 감축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고, 미 국방부는 이어 5천명 감축을 발표한 후 트럼프 대통령이 감축 규모가 더 클 것이라며 수위를 올렸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이번 정상회의에서 미국과 나토가 수십억 달러대 무기 거래 체결과 방위산업 증산 계획을 확정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불만을 달래고 나토 결합도를 유지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한편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해서는 유럽이 700억 유로(122조원) 규모의 군사지원을 약속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미국은 동참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첫 임기 때도 국방비 증액 요구로 인한 대서양 동맹의 균열이 노출된 바 있다. 2018년 런던 정상회의에서는 당시 캐나다 총리 쥐스탱 트뤼도가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는 동영상이 확산되자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취소하고 귀국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정상회의가 대서양 동맹을 심각하게 시험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