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한국의 월간 수출액이 사상 처음 1022억달러를 넘기며 최고 기록을 세웠다. 그런데 같은 달 원·달러 환율은 1545.2원으로 마감해 2009년 3월 이후 17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수출을 통해 달러를 가장 많이 번 시점에 원화 가치는 오히려 최악의 수준으로 추락한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과거의 환율 패턴과 전혀 다르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원·달러 환율이 1570원대까지 올랐지만 이듬해 1100원대로 회복됐고, 2020년 코로나19 충격 때도 1290원 부근에서 곧 1080원대로 내려왔다. 반면 올해는 5월 말 이후 단 하루도 1500원 아래로 내려가지 않은 채 고환율이 지속되고 있다. 상반기 달러인덱스가 3% 오른 사이 원화는 달러 대비 약 8% 하락해 G20 통화 중 터키 리라화를 제외하고는 가장 약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고환율 현상이 1997년 외환위기와는 명백히 다르다고 진단한다. 당시는 달러 자체가 부족한 위기 상황이었지만, 현재는 달러 공급 부족이 아니라 달러·원화 현물환시장의 수급 불균형이 문제라는 것이다. 수출기업들이 받은 달러를 원화로 전부 환전하지 않고 보유 중이고, 외국인 투자자들은 원화 가치 하락으로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한국 자산을 사기보다는 팔고 있는 상황이다. 동시에 국내 투자자들이 해외 주식 매수를 위해 달러 수요를 늘리면서 달러 매도와 원화 매수 압력이 약화된 것이 근본 원인으로 분석된다.

한국은행은 국민연금에 달러를 빌려주는 외환스왑 등 시장 안정 조치를 취하고 있다. 외환보유액 감소도 이러한 정책 개입의 결과다. 현재의 달러 조달 여건도 과거 위기 상황과 비교하면 양호한 상태로, 달러 기저 금리와 원화 기준금리의 차이로 나타나는 차익거래유인이 0.02%포인트 수준으로 매우 낮은 것으로 봐서도 달러 조달 자체가 막힌 상태는 아닌 것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