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초 기준, 전 세계 기후테크 유니콘 기업은 118개다. 미국 47개, 중국 35개, 유럽 25개. 그리고 한국은 0개. 데이터 조사기관 홀론IQ가 집계한 이 숫자는, 지금 이 시장에서 한국이 어느 위치에 서 있는지를 단번에 보여준다.
시장 자체는 빠르게 팽창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기후테크 시장 규모는 2024년 385억 달러(약 53조 원)에서 2030년 1,154억 달러(약 160조 원)로 연평균 20.9% 성장할 전망이다. 퓨처마켓인사이트는 더 가파른 경로를 제시한다. 2023년 203억 달러에서 2033년 1,825억 달러로, 연평균 성장률 25%. 반도체(15%)와 바이오(18%)의 성장세를 모두 웃도는 수치다. 이미 존재하는 산업이 커지는 게 아니라, 판 자체가 새로 짜이고 있다는 의미다.
특허 3위 국가, 왜 유니콘은 없나
기술력 지표만 보면 한국의 성적표는 나쁘지 않다. 한국은행이 2024년 12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1~2021년 미국 특허청(USPTO) 등록 기준 한국의 기후테크 특허 출원 건수는 세계 3위다. 인구 1만 명당 출원 건수(1.6건)도 세계 4위에 해당한다. 기술의 씨앗은 있다. 문제는 그것이 시장 지배력으로 전환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국무역협회 분석은 이 간극을 수치로 보여준다. 한국의 기후테크 기술 수준은 최고 기술국인 미국(100%) 대비 80.0%, 기술 격차는 약 3년이다. 특허 수는 많지만, 상업화와 시장 지배력 면에서 선두권과의 거리는 여전히 3년 치에 해당한다는 뜻이다.
투자 규모 격차는 더 직접적인 설명을 제공한다. 2023년 기준 미국의 기후테크 투자액은 284억 달러, 중국은 109억 달러, 영국은 65억 달러를 기록했다. 한국의 민간 투자 규모는 2022년 기준 13억 달러 수준에 그쳤다. 미국의 약 4.6% 수준이다. 특허를 쌓아올리면서도 자본 투입이 뒤따르지 않으면, 기술은 실험실 밖으로 나오지 못한다.
스타트업 생태계의 구조적 편중
국내 기후테크 스타트업 272개를 분석한 스타트업얼라이언스의 2025년 2월 조사는 또 다른 문제를 드러낸다. 이 중 절반 이상(53.3%)이 푸드테크(27.6%)와 에코테크(25.7%)에 집중돼 있다. 고도 기술이 요구되는 지오테크 분야는 11.4%에 불과하다. 진입장벽이 낮은 분야에 창업이 몰리고, 글로벌 경쟁력을 결정하는 심층 기술 영역은 상대적으로 비어 있는 구조다. 유니콘이 나오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도 있다.
정부는 이 구조를 바꾸기 위해 속도를 높이고 있다. 2025년 10월에는 10개 부처가 참여하는 기후테크 범부처 전담반(TF)을 공식 출범시켰다. 목표는 2030년까지 유니콘 기업 10개 육성, 수출 100조 원, 신규 일자리 10만 개 창출이다. 대통령직속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가 발표한 육성 전략에 따르면, 2030년까지 민·관 합동으로 약 145조 원을 R&D와 투자에 투입할 계획이다. 2026년 3월에는 중소벤처기업부와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서울 마포 디캠프에서 기후테크 전용 펀드 조성과 규제 혁신을 논의하는 상시 소통 창구인 '기후테크 혁신 연합'을 출범시켰다.
2030년 골든 윈도, 선점이냐 추격이냐
기후테크는 탄소 감축이라는 규제 압력과 에너지 전환이라는 산업 수요가 동시에 작동하는 시장이다. 이 두 힘은 앞으로 더 강해질 것이다. 문제는 타이밍이다. 시장이 폭발적으로 팽창하는 초기 단계에서 표준과 플랫폼을 선점한 기업이 후발 주자를 구조적으로 밀어내는 패턴은 반도체와 바이오에서 이미 반복됐다.
한국이 가진 자산은 분명하다. 세계 3~4위 수준의 특허 경쟁력, 제조업 기반의 공급망, 그리고 빠른 정책 동원력. 그러나 특허가 시장으로, 정책이 민간 투자로 전환되는 속도가 관건이다. 145조 원의 자본이 실제로 어디에 흘러들어가느냐가, 2030년 유니콘 10개라는 숫자보다 훨씬 중요한 질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