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15년 만에 대대적인 리더십 개편을 단행하며 경영 전략의 무게추를 '제품 및 하드웨어 혁신'으로 되돌리는 신호를 보냈다. 지난 20일(현지시간) 애플은 하드웨어 엔지니어 출신 존 터너스 수석부사장을 차기 최고경영자(CEO)로 내정하고, 칩 설계를 총괄해온 조니 스루지 수석부사장을 신설된 최고하드웨어책임자(CHO)로 승진 발령했다. 이는 인공지능(AI) 시대 혁신 둔화 지적을 받아온 애플이 차세대 경쟁의 해답을 제품 설계에서 찾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2011년 스티브 잡스 사망 이후 팀 쿡 체제는 애플의 성공적인 확장 시대를 이끌었다. 쿡 CEO는 글로벌 공급망을 구축하고 애플워치, 에어팟 등 신제품 출시와 함께 소프트웨어 및 구독 서비스 사업 모델로 회사 체질을 개선, 재임 기간 연간 순이익을 4배, 시가총액을 10배 이상 늘리는 성과를 달성했다. 그러나 아이폰을 이을 '킬러 제품' 부재와 AI 시장에서의 보수적 행보는 한계로 지적되어 왔다. 10년간 진행된 자율주행차 프로젝트는 무산되었고, 2024년 출시된 혼합현실(MR) 헤드셋 '비전 프로'는 시장에서 외면받았다. 또한 애플은 자체 AI 모델 개발보다 외부 모델 통합을 택하며 AI 인프라 투자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존 터너스 CEO 내정은 애플이 하드웨어 혁신을 통해 AI 시대의 돌파구를 찾겠다는 전략적 전환을 명확히 보여준다. 터너스 내정자는 이달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부문을 새로운 AI 플랫폼 기반으로 재편하며 제품 개발에 AI를 본격적으로 접목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지난 3월 인터뷰에서 "AI를 기존 소프트웨어에 통합해 모든 제품을 점진적으로 더 유용하게 만드는 데 초점을 둘 것"이라고 밝혔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터너스 내정자는 이미 카메라가 달린 새 에어팟, 스마트 글라스, AI 펜던트 등 웨어러블 3종과 안면인식 디스플레이, 탁상 로봇, 보안 카메라 등 스마트홈 신제품 개발을 직접 이끌어왔다.
애플의 이번 리더십 개편과 전략 변화는 국내 IT 기업들에게 상당한 긴장감을 안기고 있다. 터너스 내정자는 최근 아이폰17 시리즈를 통해 애플이 14년 만에 글로벌 스마트폰 판매량 1위를 탈환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 인물이다. 그의 리더십이 CEO로 격상되면서 삼성이 공고히 지켜온 플래그십 스마트폰 시장의 위상이 흔들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삼성이 7년간 개척해온 폴더블폰 시장에 애플이 본격적으로 진입을 준비하고 있으며, 스마트 글라스 등 새로운 라인업까지 가세할 경우 시장 판도 변화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내 IT 업계 관계자는 "애플과의 'AI·하드웨어 통합' 경쟁에 직면했다"며 "혁신을 주도할 엔지니어링 리더십 강화와 폴더블 등 차세대 기기에서 압도적 기술 우위 확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