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들이 환율 변동 위험으로 인한 거래상대방신용위험(CCR)이 급속도로 늘어나면서 자본 관리에 나섰다. 6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IBK기업)의 위험가중자산(RWA) 기준 CCR은 2024년 1분기 18조3061억원에서 2026년 1분기 26조6164억원으로 약 45% 증가했다.
원화가 지난 2년 간 달러당 167원 이상 하락하면서 기업들이 환율을 미리 고정하는 환헤지 계약을 급증시킨 것이 주요 원인이다. CCR은 파생상품 거래 상대방이 결제 전 부도날 때 은행이 입는 손실 위험을 뜻한다. 수입 기업들은 선물환 계약으로 향후 달러 구매 가격을 정해두고, 수출 기업들은 받을 달러를 미리 원화로 환전하는 계약을 맺는데, 이런 모든 거래가 은행을 통해 이루어진다.
문제는 환율 변동성이 계속 커질 경우 거래 상대 기업이 부도나면 은행이 손실을 직접 떠안게 된다는 점이다. 손실이 누적되면 은행들은 파생 거래 한도를 제한할 수 있고, 결국 환헤지가 필요한 기업들의 선택지가 줄어들게 된다. 달러당 원화값이 1500원대에 고착화되는 상황에서 은행과 기업 간 눈치게임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외환시장이 6일부터 24시간 거래 체제로 전환되면서 변동성 우려도 커지고 있다. 첫 거래일 달러당 원화값은 1527.6원에서 개장해 오후 거래 중 1530.3원대로 하락했다.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야간 거래량 충분성이 핵심"이라며 "야간 거래가 활발하면 변동성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참여자가 적으면 일부 호가로도 큰 변동성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구윤철 부총리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날 하나은행 딜링룸을 방문해 "24시간 개장은 원화의 글로벌 도약과 자본 시장 선진화의 출발점"이라며 "정부는 공백 없는 모니터링으로 시장 안정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전문가들은 달러 강세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은 향후 10개월 정도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 안팎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측했다. 주요 은행들은 이에 대응해 신용 리스크 점검을 강화하고 다양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자본적정성 비율을 유지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