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창구에서 대출이 막힌 사람들이 향하는 곳은 어디인가. 답은 단순하다. 금리가 더 높고, 조건이 더 까다로운 곳이다. 규제가 강해질수록 돈은 더 비싼 경로를 찾아 흐른다. 이것이 '풍선효과'의 구조다.
금융위원회는 2026년 6월 30일 긴급 회의를 열고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핵심은 다주택자와 임대사업자의 수도권 및 규제지역 아파트 담보대출 만기연장을 4월 17일부터 원칙적으로 불허한다는 것이다. 이는 가계부채 총량을 억제하기 위한 조치이나, 시장에서는 즉각 다른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은행 대출이 막힌 수요가 저축은행, 캐피털사, 상호금융 등 제2금융권으로 이동할 것이라는 분석이 금융업계 안팎에서 제기된다.
규제의 빈틈을 채우는 제2금융권
제1금융권과 제2금융권의 금리 격차는 작지 않다.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가 연 3~4%대에 형성되어 있는 반면, 저축은행의 담보대출 금리는 통상 6~10%대에 달한다. 급전이 필요하거나 은행 심사 기준을 넘지 못하는 차주 입장에서는 이 차이를 감수하더라도 대출을 받는 쪽을 택하게 된다. 규제가 강해질수록 금리 부담이 높은 쪽으로 실수요자가 밀려나는 구조적 모순이다.
과거 사례를 보면 이 패턴은 반복적으로 확인된다. 2017~2018년 정부가 LTV(담보인정비율)·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를 강화했을 당시 저축은행과 상호금융권 가계대출이 눈에 띄게 늘었다. 당시 금융감독 당국도 풍선효과를 인정하고 제2금융권에 대한 별도 규제를 뒤따라 시행했지만, 시차가 발생하는 동안 취약 차주들은 고금리 부채를 떠안았다. 이번 조치도 같은 시차 리스크를 내포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수요자가 먼저 피해를 입는 이유
다주택자나 투기 목적의 대출을 차단하는 것이 이번 규제의 명분이지만, 현실에서 가장 먼저 피해를 입는 것은 실거주 목적의 무주택자나 1주택 실수요자인 경우가 많다. 은행권 대출 심사가 일괄 강화되면 신용점수나 소득 증빙이 불리한 청년층, 자영업자, 비정규직 종사자가 먼저 심사에서 탈락한다. 이들은 투기 수요자가 아님에도 제2금융권으로 밀려나 더 높은 이자를 낸다.
금융당국이 제2금융권 동반 규제를 함께 가져가지 않으면 풍선효과는 피할 수 없다. 실제로 이번 발표에서 제2금융권에 대한 연동 조치가 얼마나 촘촘하게 설계되었는지가 정책 실효성의 핵심 변수로 꼽힌다. 금리 수준, 한도 조건, 만기 구조가 기관별로 상이한 만큼 규제 공백이 생길 소지가 크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정책 실효성을 높이려면
가계부채 억제와 실수요자 보호는 동시에 달성해야 할 목표이지만, 규제 설계가 단순하면 두 목표가 충돌한다. 전문가들은 몇 가지 보완 방향을 제시한다. 첫째, 제2금융권에 대한 LTV·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기준을 제1금융권 수준에 준하게 맞추는 규제 동조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둘째, 실수요자를 투기 수요와 분리하는 정밀한 심사 기준을 적용해 생애최초 주택 구매자나 무주택 실거주자에 대한 대출 접근성을 별도로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만기연장 불허의 경우, 기존 대출자에게 유예 기간과 출구 전략을 충분히 제공하지 않으면 단기간에 대규모 상환 압박이 쏠릴 수 있다. 이는 개인의 재무 건전성 문제를 넘어 국지적 부동산 매물 증가로 이어져 시장 교란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가계부채 규제의 목적은 금융 시스템 전체의 안정이다. 그런데 규제의 강도가 높아질수록 취약한 차주가 더 위험한 금융 상품에 노출되는 역설이 반복된다면, 그 정책은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아니라 위험을 이동시키는 데 그치게 된다. 이번 조치의 진짜 시험은 발표 이후 제2금융권 대출 통계가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달려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