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유튜브가 국내 인터넷 트래픽의 30.6%를 혼자 잡아먹는다. 넷플릭스(6.9%)와 메타(5.1%)를 더하면 세 회사만으로 42.6%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2023년 12월 집계한 수치다. 국내 통신망의 절반 가까이를 글로벌 빅테크가 사용하는 셈인데, 이들이 국내 통신사에 내는 망 사용료는 사실상 없다. 반면 트래픽 점유율 2.9%에 불과한 네이버는 연간 약 700억 원, 1.1%인 카카오는 약 300억 원을 꼬박 낸다. 숫자만 놓고 보면 기이한 구조다.

역차별의 구조: 누가 얼마나 쓰고, 누가 얼마나 내는가

망 사용료는 콘텐츠사업자(CP)가 인터넷서비스제공자(ISP), 즉 통신사의 망을 이용하는 대가로 지불하는 비용이다. 국내에서는 네이버·카카오 같은 토종 플랫폼이 이를 성실히 납부한다. 그런데 구글이나 넷플릭스 같은 글로벌 사업자들은 국내 통신사와 직접 계약을 맺지 않거나, 협상력 우위를 활용해 사실상 무상에 가까운 조건을 유지해왔다는 지적이 통신 업계에서 꾸준히 제기돼왔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실이 2025년 발표한 분석에 따르면, 2024년 국내 인터넷 전용회선 시장 규모는 1조 1,150억 원에 달한다. 이 시장에서 구글이 차지하는 트래픽 비중을 감안할 때, 정상적인 요율이 적용됐다면 수천억 원 규모의 망 이용 대가가 발생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실제 납부액과의 격차, 즉 '미납 추정액'은 상당한 수준이라는 분석이다.

이 불균형이 단순한 기업 간 갈등으로 끝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통신사는 줄어드는 망 사용료 수입을 다른 방식으로 메운다. 통신요금 인상, 망 투자 축소, 혹은 국내 CP에 대한 요금 전가가 그 경로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서비스 고도화 대신 망 비용에 수백억 원을 쏟아부어야 한다면, 그 부담은 결국 이용자 요금이나 서비스 품질 저하로 되돌아올 가능성이 높다.

국내 콘텐츠 생태계가 치르는 비용

문제는 비용 구조만이 아니다. 망 사용료 역차별은 국내 플랫폼의 경쟁력 자체를 갉아먹는다. 구글과 넷플릭스는 망 비용을 거의 지불하지 않으면서도 국내 이용자를 대상으로 광고·구독료 수익을 거둔다. 국내 사업자는 같은 시장에서 경쟁하면서 수백억 원의 추가 비용을 안고 뛰는 셈이다.

스타트업과 중소 콘텐츠 제작사는 상황이 더 가혹하다. 트래픽이 늘수록 망 비용이 비례해 증가하는 구조에서, 성장하는 서비스일수록 비용 부담이 커진다. 글로벌 플랫폼 위에 올라타는 것이 오히려 비용 효율적이라는 결론에 이르면, 국내 독립 플랫폼 생태계는 싹이 트기 전에 시들 수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국내 디지털 경제의 자생력 문제로 이어진다.

규제 공백과 입법의 딜레마

정부와 국회는 수년째 이 문제를 들여다보고 있다.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을 통해 대형 CP의 망 안정성 의무를 부과하는 조항이 2022년 시행됐지만, 실질적인 망 사용료 납부를 강제하는 법적 근거는 여전히 미흡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구글과 넷플릭스는 이 조항에 반발하며 해외에서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글로벌 차원에서는 유럽연합(EU)이 대형 트래픽 발생 사업자의 망 비용 분담 원칙을 검토해왔고, 일부 국가는 입법화를 추진 중이다. 한국이 이 논의에서 선도적 입장을 취할 경우 빅테크의 시장 철수 혹은 서비스 축소라는 역풍이 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그러나 규제 공백이 지속될수록 비대칭 구조는 고착화된다. 어느 쪽을 택하든 이용자가 내는 비용이 있다. 그 비용이 청구서로 나타나느냐, 아니면 선택지가 줄어드는 방식으로 조용히 청구되느냐의 차이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