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50만 원. 5년. 정부 지원금까지 얹으면 만기 시 수령액이 원금을 훌쩍 넘는다. 숫자만 보면 솔깃하다. 하지만 서울 마포구의 한 편의점 야간 아르바이트생 김모(28) 씨는 고개를 젓는다. 「5년 동안 같은 금액을 꾸준히 넣으려면 수입이 안정적이어야 하는데, 저 같은 경우엔 그게 제일 힘들어요.」 2026년 6월 출시를 앞둔 청년 미래적금이 '청년 자산 형성의 마중물'이 될 것이라는 기대와, 「또 하나의 그림의 떡」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동시에 나오는 이유다.

무엇을 주고, 누가 받나

청년 미래적금은 정부가 청년층의 목돈 마련을 돕기 위해 기획한 정책 금융 상품이다. 일정 요건을 갖춘 청년이 매달 일정액을 납입하면, 정부가 기여금을 얹고 비과세·이자 혜택까지 제공하는 구조다. 첫 가입 신청은 2026년 6월 22일부터 7월 3일까지다. 혼잡을 줄이기 위해 첫 주인 6월 22일부터 26일까지는 출생연도 끝자리를 기준으로 5부제로 운영한다. 월·화는 끝자리 1·6, 이런 식으로 하루씩 나눠 접수를 받는 방식이다. 청년희망적금과 청년도약계좌로 이어진 정책 라인업의 연장선에 놓인 상품이지만, 설계 디테일과 지원 규모에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제는 '접근 가능성'이다. 소득 기준, 나이 상한, 가입 가능 금융기관 등 조건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정작 가장 열악한 처지의 청년들이 걸러지는 역설이 반복될 수 있다. 이전 청년도약계좌 운영 과정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불거졌다. 안정적 소득 증명이 어려운 프리랜서나 단기 근로자는 서류 단계에서 막히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중도 해지, 숫자로 보는 민낯

청년 미래적금의 실효성을 가르는 가장 현실적인 변수는 중도 해지율이다. 앞서 출시된 청년희망적금의 경우, 출시 초반 가입 열기와 달리 만기 전 해지 비율이 상당한 수준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확한 집계치는 기관마다 다르지만, 가입자 상당수가 2년이라는 의무 납입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중간에 빠져나갔다는 것은 부정하기 어렵다. 5년짜리 청년 미래적금은 그 두 배 이상의 시간을 요구한다.

청년층의 소득 구조는 이 긴 약정을 버티기에 태생적으로 취약하다. 취업·이직·실직이 빈번하고, 전세 보증금 마련이나 갑작스러운 의료비 같은 목돈 수요가 언제든 불쑥 튀어나온다. 중도 해지 시 정부 기여금과 비과세 혜택이 사라지는 구조라면, 급전이 필요한 순간 적금을 깨는 선택이 오히려 합리적이 될 수도 있다. 혜택이 클수록, 그 혜택을 지키지 못했을 때의 손실감도 커진다.

실질적 자산 형성, 구조가 바뀌어야 한다

전문가들은 중도 해지율을 낮추려면 상품 설계 자체가 달라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일본의 청년 소액투자 비과세 제도(NISA)나 영국의 평생 ISA(LISA)처럼, 납입 중단 후 재개가 가능하거나 부분 인출을 허용하면서도 세제 혜택을 유지하는 유연한 구조가 대안으로 거론된다. 국내에서도 갑작스러운 실직이나 의료비 발생처럼 불가피한 사유에 한해 기여금을 일부 보전하는 '안전망 조항'을 넣자는 논의가 정책 당국 안팎에서 이뤄지고 있다.

금융 교육의 부재도 구조적 허점이다. 청년들이 상품에 가입하는 것 자체보다, 왜 이 상품을 5년간 유지해야 하는지, 유지할 경우 자산이 어떻게 불어나는지를 스스로 납득해야 약정을 지킨다. 가입 창구에서 상품 설명서 몇 장을 건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정기적인 자산 점검 알림, 재무 코칭 연계, 동료 집단과의 목표 공유 같은 행동경제학적 개입이 해지율을 실질적으로 낮춘다는 해외 연구 결과도 있다.

청년 미래적금은 출발 자체는 의미 있다. 자산 형성의 기회조차 갖지 못한 청년들에게 첫 발판을 놓아주겠다는 의도는 맞는 방향이다. 그러나 좋은 의도가 좋은 결과로 이어지려면, 「누가 가입했느냐」가 아니라 「누가 만기까지 버텼느냐」를 기준으로 정책을 평가하는 시각이 필요하다. 2026년 여름 줄을 서는 청년들이 5년 뒤 통장을 닫을 때 웃을 수 있을지는, 결국 그 사이를 버틸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놓았느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