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 오전 11시, 서울 마포구의 한 커피숍. 60대 초반의 여성 세 명이 스마트폰 화면을 돌려가며 무언가를 보여주고 있었다. 아이돌 직캠이 아니었다. 트로트 가수의 콘서트 직캠이었다. 한 명은 이미 팬클럽 멤버십 카드를 지갑 속에 넣어 다니고 있었다. 「요즘 콘서트가 젊은 애들 것보다 훨씬 알차요」라는 말이 테이블을 가볍게 흔들었다.

이 장면이 이제는 낯설지 않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분석 결과, 2022년 50~59세의 월평균 모바일 음원 서비스 이용 시간은 19억 8000만 분을 기록했다. 전통적 주 소비층으로 여겨지던 13~18세는 10억 5000만 분에 그쳤다. 숫자만 보면 팬덤의 세대 교체가 이미 완료된 것이나 다름없다.

트로트, 팬덤의 문법을 다시 쓰다

실버 팬덤의 등장은 단순한 취향의 변화가 아니다. 팬덤 문화 자체의 문법이 바뀌고 있다는 신호다. 과거 아이돌 팬덤이 주도하던 '총공(총공격식 음원 스트리밍)', 팬미팅 줄서기, 굿즈 구매 열풍이 이제는 50~70대 트로트 팬층에서도 그대로 재현된다. 다른 점이 있다면 이들은 경제력을 갖췄다는 것이다.

실제로 트로트 관련 콘서트 티켓 가격은 지난 5년 사이 눈에 띄게 상승했다. 주요 트로트 가수의 전국투어 티켓은 VIP석 기준 10만 원을 훌쩍 넘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럼에도 매진 행렬이 이어진다. 5060 팬들은 「돈이 아깝지 않다」고 말한다. 가처분 소득이 상대적으로 높고, 소비 판단이 빠르다.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이 세대를 주목하기 시작한 이유다.

경제 파급력: 공연장 밖으로 번지는 실버 머니

실버 팬덤의 소비는 공연 티켓에서 멈추지 않는다. 좋아하는 가수의 광고 상품을 구매하고, 팬클럽 회비를 내고, 관련 굿즈를 사 모은다. 유통업계에서는 트로트 스타를 모델로 기용한 홈쇼핑 방송이 일반 방송 대비 판매 전환율이 높다는 분석이 업계 안팎에서 나온다. 5060 세대는 TV홈쇼핑과 모바일 쇼핑을 동시에 활용하는 능숙한 소비자로 빠르게 진화했다.

방송사도 움직임을 바꿨다.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은 시청률 경쟁에서 2030 타깃 예능을 압도하는 사례가 잇따랐고, 그 결과 광고 단가 산정 방식에도 영향을 미쳤다. 광고주들은 오랫동안 '구매 결정력이 높은 2049'를 핵심 타깃으로 설정해왔다. 그 공식이 흔들리고 있다. 5060이 실질 구매력을 지닌 '액티브 소비자'로 재분류되는 중이다.

세대 고정관념의 균열, 그리고 남은 과제

실버 팬덤 현상은 고령화 사회가 만들어낸 단순한 문화적 부산물이 아니다.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가 은퇴 후에도 소비와 문화의 주역으로 남겠다는 자기 선언에 가깝다. 이들은 젊은 세대가 팬덤에서 찾는 것과 비슷한 것을 찾는다. 소속감, 일상의 활력, 누군가를 응원하는 기쁨. 그 욕구는 나이와 무관하다.

다만 산업이 이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고 있는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모바일 앱 인터페이스는 여전히 젊은 이용자 중심으로 설계된 경우가 많고, 콘서트 예매 시스템의 디지털 장벽은 실버 팬들에게 실질적인 진입 허들로 작용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된다. 소비 주체가 바뀌었는데, 소비 환경은 아직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19억 분. 50대가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들은 시간이다. 그 시간 속에 새로운 시장과 새로운 문화가 자라고 있다. 팬덤은 이미 세대를 넘어섰다. 산업이 그 사실을 얼마나 빨리 받아들이느냐가 다음 판을 가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