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에 5.8일 일하고, 일하는 날마다 9.5시간을 붓과 태블릿 앞에 앉는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3 웹툰 작가 실태조사'가 확인한 숫자다. 단순 계산으로도 주당 평균 55시간을 웃돈다. 법정 노동시간(주 40시간)을 37.5% 초과한다. 그런데도 이 노동은 '근로'로 분류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프리랜서라는 이름 아래, 과로는 개인의 선택으로 처리된다.

구조가 만든 과로, 시장이 부추긴 속도

주 1회 또는 주 2회 정기 연재가 웹툰 플랫폼의 표준 문법이다. 독자는 매주 새 화를 기대하고, 플랫폼은 그 기대를 계약 조건으로 못 박는다. 문제는 웹툰 한 화의 제작이 단순 반복 작업이 아니라는 점이다. 스토리 구상, 콘티 작업, 스케치, 채색, 효과 처리, 대사 수정까지 이어지는 공정은 제조업의 라인 작업과 구조적으로 다르다. 창작의 질을 유지하면서 속도를 맞추는 것은, 사실상 두 가지를 동시에 요구받는 일이다.

여기에 어시스턴트를 고용하거나 스튜디오 체제로 전환할 여력이 없는 신인·중견 작가들은 1인 체제로 이 속도를 감당한다. 손목 건초염, 경추 디스크, 안구건조증은 웹툰 작가 사이에서 '직업병'처럼 통용된다. 특정 질환명을 입에 달고 사는 작가들의 SNS 게시글은 통계 이전에 이미 현장의 언어로 위기를 말하고 있다.

프리랜서 지위가 안전망을 막는다

웹툰 작가 대다수는 플랫폼과 개인 계약을 맺는 프리랜서 신분이다. 이 구조는 근로기준법의 보호 바깥에 이들을 세워둔다. 산업재해 보험 가입 의무가 없고, 유급 휴가도 없으며, 연재 중단 시 수입은 즉시 끊긴다. 건강이 무너지는 순간, 경제적 위기가 함께 따라온다. 쉬는 것이 곧 손해인 구조에서 작가들은 통증을 안고도 연재를 이어가는 선택을 반복한다.

이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일본 만화 산업도 장기 연재 작가들의 건강 문제를 오래 안고 왔다. 다만 일본은 출판사-작가 간 전속 계약 체제에서 편집부가 작가의 건강과 일정을 조율하는 완충 역할을 일정 부분 담당해 왔다. 반면 한국 웹툰 생태계는 플랫폼 중심 직거래 구조가 빠르게 자리를 잡으면서, 그 완충 기능이 부재한 채로 성장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제도적 대안, 이미 논의는 시작됐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웹툰 작가를 대상으로 한 표준계약서 보급과 창작 환경 개선 사업을 추진해 왔다. 예술인 복지법 개정으로 일부 창작자에게 고용보험 가입 경로가 열린 것도 진전이다. 그러나 실제 가입률은 제도의 인지도 부족과 행정 절차의 복잡성으로 인해 기대 수준을 밑도는 것으로 파악된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플랫폼이 연재 계약 단계에서 일정 조율 권한을 작가에게 보장하고, 일정 기간 이상 연재 작가에게는 의무 휴재 기간을 부여하는 방식을 제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또한 웹툰 작가를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 명확히 분류해 산재보험 적용 범위를 확장하는 방안도 검토 테이블에 올라 있다.

한국 웹툰 산업의 수출액은 이미 수억 달러 규모로 성장했다. 플랫폼은 글로벌 이용자를 확보했고, IP 비즈니스는 영화·드라마로 뻗어나갔다. 그 성장의 토대를 매주 9.5시간씩 쌓아온 창작자들의 신체가 버텨낼 수 있는지, 산업의 지속가능성은 결국 그 질문의 답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