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수원시의 한 실내체육관. 오전 9시, 문이 열리기 전부터 줄이 서 있다. 70대 초반의 여성이 배드민턴 가방을 어깨에 메고 첫 번째로 들어선다. 「무릎이 좀 안 좋아요. 그런데 여기 오면 아픈 걸 잊어요.」 그는 3년 전부터 주 4회 이 체육관을 찾는다. 혈압약 복용량이 줄었고, 잠도 깊어졌다고 했다. 무엇보다 「나가야 할 이유」가 생겼다는 말이 오래 남는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2025년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를 넘어서며 공식적으로 초고령 사회에 진입했다. 노인 5명 중 1명이 넘는 시대. 문제는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사느냐다. 만성질환을 안고 10~20년을 보내는 노인이 늘어날수록, 의료비 부담은 가계와 국가 재정을 동시에 짓누른다. 건강보험 재정에서 65세 이상이 차지하는 진료비 비중은 이미 40%를 훌쩍 넘는다.

운동은 약이다 — 수치가 증명하는 생활체육의 효과

세계보건기구(WHO)는 신체 활동 부족을 전 세계 사망 원인 4위로 규정한다. 반대로 규칙적인 신체 활동은 심혈관 질환 위험을 최대 35%, 제2형 당뇨병 발생률을 최대 40% 낮춘다는 연구 결과들이 축적돼 있다. 노년층에서는 여기에 인지 기능 저하 억제 효과까지 더해진다. 주 3회 이상 중강도 운동을 하는 노인은 그렇지 않은 노인에 비해 치매 발병 위험이 유의미하게 낮다는 분석이 국내외 학계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된다.

정신건강 측면의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노인 우울증은 조용한 전염병으로 불린다. 퇴직, 배우자 사별, 사회적 단절이 겹치는 시기에 혼자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수록 우울 증상은 깊어진다. 반면 생활체육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노인들은 또래 집단과의 정기적인 접촉을 통해 고립감을 줄이고 삶의 만족도를 높이는 경향이 뚜렷하다. 운동이 약이라면, 체육관은 병원보다 먼저 가야 할 공간일 수 있다.

시설은 부족하고, 문턱은 높다

문제는 공급이다. 국내 공공체육시설의 절대 수는 늘고 있지만, 노년층이 실제로 이용하기 편한 형태의 시설은 여전히 드물다. 일반 헬스장이나 수영장은 계단이 많고, 기구는 젊은 층 중심으로 설계돼 있다. 낙상 위험이 큰 노인에게 미끄러운 바닥과 좁은 통로는 진입 장벽이다. 비용도 문제다. 민간 피트니스센터 월 회비는 5만 원에서 10만 원을 훌쩍 넘는 경우가 많아, 고정 수입이 제한적인 노인 가구에는 부담이 된다.

이런 배경에서 지방자치단체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올해 3월 한 지자체는 사업비 59억 원을 투입해 연면적 1,200㎡ 규모의 3층짜리 「시니어친화형 국민체육센터」를 2026년 말까지 완공하겠다고 발표했다. 일반 체육센터와의 차이는 설계 단계부터 노년층 신체 특성을 반영한다는 점이다. 완만한 경사로, 안전 손잡이, 넘어져도 충격을 흡수하는 바닥재, 노인 근력 운동에 특화된 기구 배치가 핵심이다. 하나의 지자체 사례이지만, 방향성은 분명하다. 노인을 위한 체육 공간은 기존 시설을 나눠 쓰는 방식이 아니라, 처음부터 다르게 지어야 한다는 것.

프로그램 없는 시설은 절반짜리다

시설을 짓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노년층 생활체육이 실질적 효과를 내려면 전문 인력이 이끄는 맞춤형 프로그램이 함께 운영돼야 한다. 일본은 이미 1990년대 후반부터 '개호예방(介護豫防)' 정책의 일환으로 지역 거점 체육시설에 노인 운동 전문 지도사를 배치하고, 참여 이력을 건강 기록과 연계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단순히 몸을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의료·복지와 연결된 생태계를 만든 셈이다. 한국의 노인 스포츠 지도사 제도는 법적 기반이 있지만, 공공 시설에의 실제 배치 비율은 아직 낮은 수준이라는 지적이 꾸준히 나온다.

재원 확보 방식도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노인 의료비 절감 효과를 건강보험 재정과 연동해 생활체육 예산으로 환류하는 구조, 즉 「운동으로 절약한 돈이 운동 인프라에 재투자되는」 선순환 모델을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방이 치료보다 싸다는 사실을 재정 구조에 반영하는 일, 그것이 초고령 사회가 생활체육에 던지는 진짜 숙제다.

배드민턴 라켓을 잡은 75세 어르신은 오늘도 체육관 문 앞에 선다. 그 문이 더 많은 곳에, 더 낮게 열려야 할 이유는 충분히 쌓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