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홍제천 수변 테라스를 찾은 시민 10명 중 9.6명은 만족한다고 답했다. 96.1%. 서울시 내 26개 일반 하천의 평균 만족도(84.9%)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은 수치다. 단순히 '예쁜 산책로를 하나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물을 도시의 중심으로 끌어들였을 때, 사람이 반응한다는 증거다.

그렇다면 질문을 뒤집어 보자. 우리는 지금까지 도시를 어떻게 설계해왔는가. 빗물은 최대한 빠르게 하수구로 흘려보내고, 하천은 콘크리트로 덮거나 직선으로 정비했다. 녹지는 '개발 후 남은 자투리'에 배치됐다. 효율 중심의 설계 철학이 수십 년간 도시를 지배했다. 그 결과물이 2022년 서울 강남역 일대를 잠기게 한 집중호우이고, 매년 여름 도시 빈곤층을 위협하는 열섬 현상이다.

기후 위기는 도시를 가장 먼저, 가장 깊게 흔든다. 인구가 밀집된 곳일수록 폭염의 열기가 쌓이고, 불투수 포장면이 넓을수록 빗물이 갈 곳을 잃는다. 문제는 이것이 '자연재해'가 아니라는 점이다. 설계의 실패다. 그러나 뒤집으면, 설계로 고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미래 도시의 청사진은 이미 여러 도시에서 조각조각 구현되고 있다. 네덜란드 로테르담은 도심 광장을 폭우 때 빗물을 저장하는 '워터 스퀘어'로 재설계했다. 평소엔 시민이 앉고 뛰어노는 공간이, 집중호우 시엔 임시 저수지로 기능한다. 싱가포르는 도시 전체 수계를 '물 민감형 도시 설계(WSUD)' 원칙으로 재편해, 하수가 아닌 자원으로서의 빗물을 수집한다. 쿨 루프, 그린 월, 도시 농업이 한데 엮인 이 접근은 인프라가 아니라 생태계를 닮는다.

한국 도시들도 천천히 방향을 틀고 있다. 홍제천 사례가 보여주는 것은, 하천을 복원하고 수변 공간을 시민에게 돌려줄 때 만족도라는 숫자로 응답이 온다는 사실이다. 이는 감성적 성과가 아니다. 도시 온도를 낮추고, 생물 다양성을 회복하며, 재난 대응력을 높이는 물리적 변화의 부산물이다. 서울시가 추진 중인 수변감성도시 구상이 26개 하천 전체로 확장될 경우, 그 효과는 단순한 경관 개선을 넘어설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이 전환에서 빠지기 쉬운 함정이 있다. '좋은 도시 설계'가 결국 비싼 동네의 이야기로 끝나는 것. 수변 테라스가 고급 카페 배경이 되고, 그린 인프라가 젠트리피케이션을 부추기는 경로는 이미 해외 여러 도시에서 확인됐다. 기후 적응형 도시가 진짜 포용적이려면, 취약계층이 사는 저지대와 반지하, 노후 주거지역이 설계 전환의 우선 대상이 돼야 한다.

도시는 결국 선택의 결과물이다. 누구를 위해, 무엇을 중심에 두고 설계하느냐. 기후는 그 선택의 청구서를 가장 가난한 사람에게 먼저 보낸다. 설계자의 책임이란 바로 그 불평등한 청구서를 다시 쓰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