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와 교원 10만 6,448명에게 같은 질문을 던졌다. 「AI 디지털교과서가 교육격차를 해소할 것인가.」 돌아온 대답의 90.8%는 '아니다'였다.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가 실시한 이 설문조사는 숫자 하나로 현장의 온도를 압축한다. 정부가 2025년 전면 도입을 밀어붙이는 동안, 교육 현장의 신뢰는 이미 바닥을 찍었다는 신호다.

왜 격차 해소가 아닌 격차 확대를 우려하는가

AI 디지털교과서(AIDT)는 학생 개개인의 학습 수준을 분석해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을 핵심으로 내세운다. 수업 속도가 다른 학생들을 한 교실에서 동시에 지도할 수 있다는 논리다. 그러나 현장의 시선은 다르다.

디지털 기기와 고속 인터넷 접속 환경은 가정 소득과 거주 지역에 따라 현격히 다르다. 태블릿 한 대에도 형제자매가 번갈아 쓰는 가정이 있는 반면, 전용 기기에 부모의 학습 보조까지 더해지는 가정도 있다. AI 교과서가 '개인화 학습'을 표방할수록, 출발선의 차이는 도착선의 차이로 그대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전문가들이 「AI가 격차를 메우는 것이 아니라 격차를 정교하게 고정시킬 수 있다」고 경고하는 이유다.

디지털 과의존, 수업 설계의 공백이 만든다

또 다른 축은 디지털 과의존 문제다. 화면 앞 학습 시간이 늘어날수록 주의력 분산과 단기 기억 중심의 학습 패턴이 굳어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는 국내외에 적잖이 축적돼 있다. 문제는 AI 교과서가 단순히 기기를 교실에 들여오는 것이 아니라, 교육 설계 전반을 디지털 플랫폼 중심으로 재편한다는 데 있다.

교사의 역할도 불명확해진다. AI가 학습 진도를 파악하고 콘텐츠를 추천한다면, 교사는 그 과정에서 무엇을 하는가. 보조자로 후퇴하는가, 아니면 플랫폼 운영자가 되는가. 현장 교원들이 우려하는 것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기술 도입에 앞서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없다는 점이다. 교원 연수 체계, 수업 재설계 지침, 과의존 예방 가이드라인이 교과서 도입 일정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반복되고 있다.

속도가 문제다…준비 없는 전면 도입의 리스크

한국은 OECD 국가 중 디지털 교육 전환에 가장 빠른 속도를 택한 축에 속한다. 일부 국가들이 디지털 기기의 교실 내 사용을 제한하거나 단계적 도입을 선택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스웨덴은 디지털 교육 확대 이후 학력 저하 문제를 겪으며 일부 정책을 되돌렸고, 핀란드는 디지털 도구 활용과 종이 기반 학습의 병행을 유지하고 있다. 속도보다 설계가 먼저라는 교훈을 앞선 사례들이 이미 보여주고 있다.

10만 명의 응답이 말하는 것은 기술에 대한 거부가 아니다. 충분한 검증 없이, 현장 준비 없이 전면 도입을 강행할 때 생겨날 공백에 대한 경고다. AI 교과서가 '모든 학생을 위한 도구'가 되려면, 먼저 그것이 '어떤 학생에게 먼저 작동하는가'를 냉정하게 따져야 한다. 그 질문을 건너뛴 채 2025년 3월이 오면, 교실의 풍경은 달라지지만 격차는 달라지지 않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