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인공지능(AI) 시장에서 독자적인 경로를 선택했다. 8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애플파크에서 개최된 '세계개발자회의(WWDC)26'에서 애플은 챗GPT나 제미나이 같은 거대 AI 모델과의 직접 경쟁 대신, 자신의 강점인 수억 대의 기기와 사용자 생태계를 활용한 플랫폼 전략을 제시했다.
지난 몇 년간 ChatGPT가 대중적 주목을 받고 제미나이, 클로드 등이 기술력을 뽐내는 동안 애플은 업계 평가에서 AI 분야의 후발주자로 지적돼 왔다. 스마트폰 혁명을 주도했던 혁신 기업으로서의 위상이 AI 시대에 약해진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이번 WWDC26은 경영 일선 은퇴를 예고한 팀 쿡 CEO의 마지막 개발자 회의이기도 했다. 애플이 선택한 전략의 핵심은 「확산」과 「네트워크」에 있다. 즉, 자체 AI 모델의 성능 우월성을 내세우기보다는 광범위한 기기 보유층과 기존 앱 생태계를 통해 AI 서비스를 확산시키고, 타사 AI 모델과의 연결 고리를 형성하는 데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애플의 전통적 강점인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통합 생태계를 AI 시대에 재정의하는 시도다. 앞으로 애플은 사용자의 수십억 대 기기를 통해 AI 기술이 일상화되도록 중개자 역할을 하는 방식으로 시장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